'기자는 군민을 대신해 묻는다'
'기자는 군민을 대신해 묻는다'
  • 백승학
  • 승인 2010.12.01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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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학 기자>
“국외여비규정에 따라 지급했다. 정확한 금액에 대해서는 알려줄 이유가 없다.”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16회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경기에 출전한 예천군청 소속 윤옥희 선수의 격려 및 사기 진작을 위해 출국한 이현준 군수와 수행한 도영기 체육진흥담당의 여비를 묻는 물음에 대한 예천군 담당공무원의 답변이다.

실질적으로 예산에 대해서 지역민들이 알고 싶어도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할말이 없다. 정말 궁금하면 시일이 조금 걸리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맑고 투명한 행정은 하찮은 지역민의 물음 하나에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일까! 어느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반쪽이 썩은 사과 하나가 있다면 썩은 부분을 숨기고 멀쩡한 부분만 내 보이며 썩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부패며, 썩은 부분을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투명한 행정'이라고…….

자꾸 숨기고자 하면 과연 누가 행정을 신뢰하겠는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야 한다. 궁금한 것을 속으로 삭이고 뒷담화만 일삼는다면 불만이 커지고 종국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군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대신 물어야 하는 고충을 가진것이 기자다. 궁금한 것을 묻고 비판하는 것이 기자의 직분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곧 잘 ‘귀찮은 놈, 나쁜 놈, 군 행정에 반하는 놈’으로 비판 아닌 비판을 받는다. 기자 직분에 충실할 뿐인데,이런 일을 겪으면 침묵을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군민에 봉사하고 보다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나름의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그때 뿐 권력을 잡으면 곧 언제 그랬냐는 식의 발뺌모드로 변신한다. 보다 투명한 행정은 군민이 궁금해하기 전에 먼저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다.

거짓을 일삼고 목소리만 큰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이 아니라 작은 목소리지만 성실한 일꾼이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지역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투명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그날까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귀찮은 놈, 나쁜 놈, 군 행정에 반하는 놈’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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