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주택총조사를 마치고/
인구주택총조사를 마치고/
  • 예천신문
  • 승인 2010.12.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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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현(예천읍 백전리)
인구주택 총조사에 참여했다. 운동도 할 겸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조사요원 모집에 응했지만 막상 교육을 받고 예비조사 활동을 해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과연 이 중요한 일을 무난히 해 낼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11월 1일 첫 가구를 방문하였다. 한마디로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막막하였다. 이처럼 첫 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다른 집을 방문하고 다음 날 또 방문하여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해 설득시켜 무난히 질의 응답 기록을 끝내고 “바쁘신데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하니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어제는 미안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제의 씁쓸한 감정이 다 사라지고 한층 더 조사에 자신감이 붙었다. 또 어떤 집은 70대 노인이 혼자 사는 가구였다. 추운데 방으로 들어오라면서 아주 친절하였다. 방석까지 내어주시고 커피에 과일대접까지 받으면서 한 시간 정도 외로운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 때 내 마음은 굉장히 흐뭇하였다. 봉사활동이라고 별로 해 보지 않았던 내가 오늘 정말 좋은 일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기뻤다.

그 후부터 연세 많은 가구를 방문할 때는 약 30분 정도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 나의 마음도 더 없이 기쁘고 흐뭇하였다.

한 번은 여섯 번을 방문하여도 사람이 없었다. 일곱 번째 가는 날 안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아주 반가웠다. 그러나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바쁘다는 말만 했다. 5분을 기다려도 응답이 없었다. 일곱 번이나 방문했는데 불응하니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손님이 왔으면 문을 열어야 되지 않느냐 하니 안에서 무슨 대단한 손님인데 문 열어라 하노 하면서 문을 열었다. 간단히 실례의 인사를 하고 질의 응답하게 되었다.

조사내용 중 학력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대학을 나온 부인이었다. 나는 은근히 무시를 당했으니 인격을 무시해보자는 나쁜 마음이 생겨 “이런 시골에서 대학 나온 50대 부인이면 마을 지도자급인데 솔선해서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 응해야죠”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혹시 시비가 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어쨌든 무난히 조사를 마치고 “조금 전에 제가 실례의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고 하니 “당연한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고 하면서 문을 열지 않은 데 대한 변명을 하였다. 변명이라기 보다는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내가 담당한 가구가 약 2백가구 정도 되는데 수고한다면서 음료수나 다과를 대접받은 집만 해도 20가구 정도 되었고 노골적으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집은 겨우 3가구였으나 결국 이해와 설득으로 조사를 끝내고 “수고하십니다”는 인사까지 받았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거만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고 겸손하고 친절하고 인정미 넘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이 모두가 국가 교육 수준과 민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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