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조의 애환'
'구제역 매몰조의 애환'
  • 백승학 기자
  • 승인 2010.12.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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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학 기자>
‘돼지들의 울부짖음, 소의 눈물.’ 지난 5일부터 구제역 매몰조로 활동하는 대부분의 공무원들과 축협 직원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2개 조 72명의 공무원들과 축협 직원들은 추위와 싸우며, 구제역의 최일선에서 사명감 하나로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는 경북권내 구제역이 소강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이 빨간불이다.
지난 20일 예천군청 3층 구제역대책본부는 연신 걸려오는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계속되는 의심신고, 현황판에 빼곡하게 들어찬 글씨가 12개 매몰조의 고군분투를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5일째 여관에서 합숙하는 축협 매몰조는 평소 축산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며, 지역축산인들의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아는 처지라 더 가슴이 아프다.
“아빠 언제와! 보고 싶어 사랑해.”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자녀들의 목소리에 점심 무렵 땅에 묻은 송아지들이 생각나고 어미의 젖을 빨던 새끼돼지들의 모습이 떠올라 깊은 한숨만 나온다.
구덩이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꽥꽥거리던 돼지들, 깊게 파인 구덩이 앞에서 어미의 젖을 찾아 빨고 있는 송아지의 맑은 눈망울을 볼 때면 몹쓸 짓이라도 저지르는 사람처럼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하기 싫은 일, 남이 꺼리는 일은 피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축협 직원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가축일망정 산 생명을 땅에 묻고 약품이 범벅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밤잠조차 제대로 이룰수 없는 매몰조의 희생정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매몰 현장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는 매몰조에게 따뜻한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구제역 확산저지를 위해 모든 이들의 철저한 방역과 무분별한 왕래 자제를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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