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예방책을 생각한다'
'구제역, 예방책을 생각한다'
  • 예천신문
  • 승인 2011.01.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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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 준 예천읍 출생/ 논설위원, 시인
지난해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예천, 의성 등으로 번진 다음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축산농가의 피해가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르고 있다. 또한 그 처리를 위한 비용, 토양오염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예천신문에 보도된 바 있지만 군수이하 전공무원들이 구제역 극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애쓰는 보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근본 예방책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 사육 실태를 보면 축사는 사방이 개방된 콘크리트바닥 건물 또는 비닐하우스 내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소들이 꼼짝 못한 채 사육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인 면만 고려한 것으로 우량 소 사육 측면에서 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건강하고 양질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첫째, 소의 운동량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입식 밀도에 대한 기준을 정해 최소한의 운동을 할 수 있고 청결과 환기 등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환기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추위를 막기 위해 비닐로 밀폐하여 축사에 들어가 보면 눈이 매울 정도인데 소들의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둘째, 소의 생태를 무시한 겨울나기이다. 즉 한우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우사에 깔짚을 넉넉히 넣어주고 등에는 덕석을 덮어 줘야한다. 그러나 실태를 보면 소들이 한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막아내고 있으니 허약할 수밖에 없어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고구려 벽화에 보면 소와 사람이 한 공간에 아궁이를 사이에 두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 소의 건강관리로 빗질하기다. 어릴 적보면 겨울철에 양지쪽에 매어 놓고 빗질을 하였는데 이는 소의 건강상태도 점검하지만 건강증진에도 아주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 사육에 있어 경제성만 우선시 하다 보니 구제역이 창궐하고 광우병의 위험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최근엔 구제역 방제를 위해 백신주사를 놓고 있지만 이는 구제역은 예방할 수 있지만 이미 허약한 소들이 다른 질병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의 3가지 방법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고 단지 축산인 들이 조금만 더 정성을 기울인다면 가능한 일이 기에 제안하는 바이다.

「대지」의 저자 펄벅 여사가 6·25 종전 직후 우리나라를 방문하던 중 농촌에서 빈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가 달구지를 타지 않고 마치 소와 동행하듯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한국 농부의 소에 대한 휴메니티에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듯이 지난 시절 이 땅의 아버지들은 소를 가족과 같이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받던 소들이 지금은 축사에서 꼼짝없이 매여 사료를 잔뜩 먹으며 하루바삐 살찌기만 기다리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이럴지라도 소의 특성과 전통적인 사육방식을 한번쯤 참고한다면 소의 행복과 축산농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 그 자체로 최소한의 생존권리가 천부적으로 부여돼 있는 것이다.

생명체의 근본원리를 무시한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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