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경하는 미풍양속'
'어른 공경하는 미풍양속'
  • 예천신문
  • 승인 2011.02.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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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배(歲拜)
● 세시풍속 이야기(26)

요즈음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져 상경하애(上敬下愛) 하는 전통적 우리들의 진솔한 모습들이 사라져 간다고 연로(年老)한 어른분들은 많이 한탄하고 애석해 하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조상을 숭배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세배라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있다.

세배는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하는 절로 세알(歲謁)이라고도 한다. 차례(茶禮)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해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친척, 형제 등에게 차례로 첫 인사를 드린다. 사당(祠堂)을 모신 집은 먼저 사당에 절을 한 다음 세배를 드리며 세배가 끝나면 차례지낸 세찬(歲饌)과 떡국을 아침으로 먹는다. 세배를 받는 집에서는 어른에게는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아이들에게는 과일과 세뱃돈을 주며 정담(鼎談)을 나눈다.

친척 어른이 먼 곳에서 살면 수십리길을 찾아 가서라도 세배를 드리는 것이 예의이다. 먼곳에는 정월보름까지 찾아가서 세배하면 예의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의(禮儀)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로서 특히 사회생활에 있어서 남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공손하고 삼가하는 몸 가짐이 필요하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일상생활의 규범으로서 지켜나가야 할 도리인 것이다.

절(節)은 상대방에게 공경하는 뜻을 나타내고 자기를 낮추는 동작으로서 행동예절의 기본이다. 우리나라에도 전통적으로 전래되는 절이 있으나 현재는 사람에 따라 절하는 모습이 각양각색으로 통일된 방법이 없어 짧은 지식이나마 설날 세배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어른을 향하여 공손히 서서 '새해 인사드리겠습니다' 하고 남자는 좌공수(左拱手-왼손이 오른손을 덮어잡음)를 하고 계수배(稽首拜)로 인사한다. 여자는 우공수(右拱手-오른손이 왼손을 덮어 잡음)를 하고 숙배(肅拜)로 인사한다.

계수배는 먼저 손을 땅에 짚고 무릅 꿇어 앉으면서 엉덩이를 뒤발바닥에 붙이고 양팔꿈치를 땅에 붙이면서 이마를 손등에 붙이고 잠시 머물렀다가 머리를 들고 몸을 일으켜 선다.

숙배는 공수한 손을 어깨 높이까지 수평되게 올린 후 이마를 손등에 붙이고 양 무릅 굽혀 앉아 손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숙여 잠시 기다렸다가 몸을 일으켜 선다.

큰절을 올리는 대상은 내가 절을 하였을 때 상대방이 답배(答拜)하지 않는 어른 부모, 숙부모, 조부모, 당내간(堂內間)의 15세 이상 웃어른이다.

절을 올린 다음 어른을 향하여 공손히 앉는다. 이때 어른에게 "새해 복 많이 맏으십시오, 과세 안녕하셨습니까?" 등등을 하면 큰 실례가 된다.

덕담(德談)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것이다. 어른이 새해 덕담으로 "부디 승진하여라. 좋은 혼처 만나 결혼하거라, 좋은 대학 입학하거라" 라고 덕담하시면 허리 굽혀 "감사합니다. 새해 내내 강녕하시기 바랍니다"하고 잠시 후에 목례(目禮)하고 일어서면서 옷자락을 휘어잡고 뒷걸음으로 물러선다.

우리가 어릴 적 농촌 시골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정에서는 마을 새배꾼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과 떡국을 따로 준비하여 세배 손님을 맞이하였다.

자기집 세배 행사가 끝난 후라야 본인은 이웃에게 세배를 드렸다. 마을 어른이나 친척 중에 세뱃돈을 많이 주시던 분께 잊지 않고 일부러 찾아갔던 동심의 세계가 촌락의 급격한 노령화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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