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유감(有感)
구제역 유감(有感)
  • 예천신문
  • 승인 2011.02.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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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지」의 저자 펄벅 여사가 6·25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을 방문. 경주 관광을 마쳤을 때 이야기입니다.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천년고도인 경주를 둘러보니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냐?”고. 당연히 석굴암이나 불국사, 첨성대 등 역사적 유물 중 하나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펄벅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석양이 지는 황혼의 들판길을 구부러진 허리로 지게에 짐을 지고 소달구지를 몰고가는 늙은 농부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미국인 같으면 소달구지에 올라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편하게 갔을것이다. 왼종일 같이 일한 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짐을 나누어지고 가는 인간적 배려는 가히 감동적이었다.”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중에 황희 정승의 소에 관련된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황희 정승이 길을 가다가 밭갈이 하는 두 마리 소를 보고 어느 소가 더 밭갈이를 잘 하느냐고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농부가 일손을 놓고 일부러 길가에 있는 황희 정승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왼쪽에 있는 소가 더 잘합니다”라고 소근거렸습니다.

다른 한쪽 소가 섭섭해 할까봐 소를 인격시한 역시 인간적 배려였습니다. 구제역으로 지난해부터 축산농가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위의 이야기에서도 보듯이 선조대대로 인격시해오며, 아끼던 소를 듣기에도 끔찍하게 살처분까지 해야하는 양축농가의 고통은 비단 해당농가 뿐 아니라 온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1월 말 현재 살처분한 소, 돼지, 염소, 사슴 등이 3백만마리를 넘고 피해규모도 살처분 직접보상금과 백신접종, 생계안정자금, 약품비, 방역장비, 통제소운영비 등을 포함해 약 1조3천억원을 넘어 섰다고 합니다.

감염되지 않은 소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국제적으로 구제역 살처분청정국지위가 백신접종청정국으로 격하되어 향후 상당기간 수출에 제약을 받으며, 살처분청정국이 아닌 여러나라로부터 자국산 육류 수입 압력이 있을 거라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배리하워드 민킨의 저서 「미래예측」에서도 21C는 식생활 패턴이 채식위주로 변화되어 육류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야채소비가 상대적으로 늘어난다고 했으며, 한미 FTA의 타결로 쇠고기 수입이 계속 늘어나게 되어 이래저래 축산농가의 걱정이 커져만 갑니다.

관계당국과 축산관련단체 및 양축농가는 지금과 같은 재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과 방역시스템의 전면 개편은 물론 국내외 축산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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