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처럼 여기기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기도'
  • 예천신문
  • 승인 2011.03.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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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 세시풍속 이야기(30)
개구리알 먹기

개구리(蛙)는 양서류(兩棲類) 무미목(無尾目)의 참개구리과, 청개구리과, 무당개구리과, 송장개구리과, 맹꽁이과 등의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올챙이가 자란 것으로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으며 피부로 호흡한다. 수컷은 소리주머니를 부풀려 소리를 내며 주로 논이나 못, 늪, 물이 마르지 않는 산계곡 등에서 산다.

`개구리 낯짝에 물붓기'는 물에 사는 개구리의 낯에 물을 끼얹어 보았자 개구리가 놀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자극을 주어도 그 자극이 조금도 먹혀들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일을 이루려면 마땅히 그 일을 위하여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는 잘 되어 성공하고 나서 지난날의 미천하거나 어렵던 때의 일을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를 경계하여 이르는 말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지만 이제 봄기운이 설설 다가온다. 절기상 경칩(驚蟄) 무렵이면 동면(冬眠) 했던 개구리나 도룡뇽 같은 양서류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는데 이 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여 건져먹는 음력 2월 풍속이 있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입을 뗀다'는 속담처럼 이 무렵이 되면 봄 기운이 완연해진다. 봄의 전령(傳令)처럼 봄의 개시(開始)를 알리는 존재가 바로 개구리와 도룡뇽 같은 양서류이다. 산속의 맑은 물이나 연못 호수, 하천, 무논, 웅덩이, 실개천 같이 습기 있는 곳에 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첫알을 낳는다.

알은 모두 물속에서 젤리와 같은 투명한 물질로 덮혀 있을 뿐 다른 보호막을 갖고 있지 않아 부드러워 먹기가 쉽다. 이러한 알을 먹는 것을 두고 일반적으로 `개구리 알 먹는다'라고 표현하나 그 양상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충청도에서는 개구리 알을 먹으며 경기도와 경남에서는 도룡뇽 알과 개구리 알을 먹는다. 경북은 개구리 알 또는 비단개구리 알을 먹는다. 전라도에서도 도룡뇽알, 개구리알, 빨간 개구리알을 먹으며 개구리알을 용알(龍卵)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알을 경칩에 먹으면 보신이 된다고 하여 즐겨먹는데,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 특히 신경통이나 속병(위장병) 요통(腰痛)에 효험이 좋으며, 가슴이 시원해지고 뱃속의 벌레를 없애기도 한다고 믿는다. 눈도 맑아지고, 머리도 총명해진다고 하여 아침에 남몰래 먹기도 한다.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게 하는데 특히 다리에 땀이 나지 않는다고 하며 감기에도 걸리지 않고 홍진이나 기침에도 좋다고 한다.

이러한 알들을 먹을 때는 비릿한 냄새가 나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주와 함께 마시거나 콩고물에 묻혀먹거나 마늘과 간장을 함께 먹기도 한다. 역한 느낌 때문에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즐겨 먹는데 남자가 먹으면 양기(陽氣)를 돋울 수 있다고도 한다.

봄의 힘찬 기운을 양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경칩이 지나야 겨우내 닫고 있던 입을 비로소 여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므로 깨끗하여 약이 된다고 믿는다. 봄기운을 가득 담고 첫입을 연 개구리 같은 양서류의 알은 생명을 포태(胞胎)한 것으로 만물의 생기(生氣)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먹는 것은 생명의 정기를 섭취하는 것으로 새 생명의 기운이 시작되는 경칩의 의미와 어우러져 민간의 주술요법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농약 사용과 환경의 오염과 파괴 등으로 오늘날 개구리알 먹기는 주의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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