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시 발견한 소중한 군민
산불진화시 발견한 소중한 군민
  • 예천신문
  • 승인 2011.04.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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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두 연 (호명면 부면장)
4월 1일 낮 12시 30분쯤 호명면사무소 옆 식당에서 동료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막 나오려는 데 사무실에 남아있던 직원으로부터 황지리에 산불이 났다는 긴급 연락이 왔다. 직원 모두 서둘러 산불진화 장비를 갖추고 황지리 백골 산불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삽시간에 높은 산꼭대기를 넘어 다른 쪽 산등성으로 전개되고 있는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12시 40분쯤 현장에 도착한 나는 마을 좌측 논실 쪽으로 타고 있는 산불을 군청직원, 산불진화대원들과 합세하여 해가질 무렵까지 진화작업을 펼치다 내려와 보니 산불은 보문면 오암리, 안동시 풍산읍 쪽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해가 진 뒤 어두워져 면을 제외한 군부대 장병과 군청직원 등 모든 진화인력은 하산하여 집에서 대기 후 내일 아침 다섯시까지 산불현장으로 집합하라는 본부의 지시가 내리고 화재 현장에 남은 우리 직원들은 깜깜한 밤중 백골부락 백용사 앞에서 산꼭대기 넘어 비치는 붉은 서기와 멀리 산등성이 불꽃 띠를 바라보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비좁은 차 운전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아침 산불진화인력이 동원될 때까지만 저 불길이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닿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마음을 졸였다. 토요일 아침 다섯시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비상 소집된 예천군 전 공무원과 육군부대 장병들이 본격적인 산불진화에 투입되었다.

곧 날이 밝기 바쁘게 헬기가 산불 상공을 날아다니며 활약을 펼쳐 오전 10시쯤 원불을 거의 진압하였으며, 남은 뒷불은 산불진화 인력이 구슬땀을 흘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정리를 완료하고 오후 일몰시가 지나 귀가해도 좋다는 본부 지시가 하달되었다.

주민의 잠시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힌 지역의 행정공무원으로 `유구무언'이나 산불진화 중에도 소중한 예천의 희망을 발견하였기에 이를 널리 알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아침 다섯시 백골마을 백용사 뒤편에서 남쪽 안동방면으로 뒷불을 거의 정리하고 오전 일곱시쯤 산 정상에서 한숨 돌릴 때였다.

우리 대열 중 군인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닌 낯선 복장의 민간인 한명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예천읍에서 살고 있는 중학교 동창 친구였다. 무척 반갑고도 의아한 마음에 나는 “야! 이 사람아 자네가 어쩐 일인가? 이 산이 자네 산인가? 아니면 이 동네가 처가 동네인가?” 하고 물었더니 이 친구 대답하길 “내가 산을 좋아하고 즐겨찾는 사람인데 호명면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도 어찌 가만히 잠만 잘 수 있겠나.”

“아하! 이런 사람이 내 친구이고 우리 예천에 살고 있었구나!” 감사하는 마음이 왈칵 솟구쳤다. 누구의 강요도 의무도 없는 산불을 끄는 궂은 일에 새벽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원 봉사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보석처럼 빛나던지…. 그래 그대 같은 예천사람이 있는 한 우리 예천은 신도청 희망의 고장이 맞지. 암, 맞고 말고…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민추천에 꼭 자랑스런 국민으로 추천해야겠다는 모처럼 기분 좋은 마음을 현장에서 같이 수고한 군 환경과 직원들에게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산불 진화에 동참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또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한 보문면민, 안동시민 여러분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군정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군수님께 뵐 낯이 없다.

신도청유치를 공동 추진한 시, 군으로서 `구제역과 산불' 어려운 것을 서로 나누는 결과가 되었으나 앞으로 더욱 화합하여 좋은 것만 서로 주고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신도청 예천, 안동 `화합과 복으로' 불같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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