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건강보양식으로 각광'
'요즘엔 건강보양식으로 각광'
  • 예천신문
  • 승인 2011.05.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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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근 목 피'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시풍속 이야기(32)
요즈음 아이들이야 먹을거리가 지천(至賤)으로 깔려 있어 배가 고플 때 마음대로 배를 채울 수 있고 심지어는 소아 비만이 우려되어 절식(節食)을 시켜 음식의 양을 줄여서 먹인다. 하지만 우리들 1970∼80년대가 자라던 일제 말엽 조국 광복, 6·25 전쟁을 겪던 시절은 오직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던지 입으로 들어갔다.

초근목피(草根木皮)가 바로 그것이다. 초근목피의 사전적 의미는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란 뜻이지만 곡식이 없어 산나물이나 새순, 꽃, 풀뿌리 등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군음식으로 먹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송기(松肌), 찔레의 어린순, 덜 익은 띠풀(茅草), 일명(뽀삐) 진달래, 오디, 빼기, 아카시아 꽃 등이었다.

근래에는 이들 초근목피가 건강 보양식으로 각광을 받지만 그 시절엔 군것질이요, 주전부리요, 간식이었다. 뭐 초근목피가 세시풍속에 들어가기는 조금 그렇긴 하지만 한 시대의 우리들의 자화상이기에 넣어봤다.

소나무껍질인 송기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이야기 하기로 하고 찔레순부터 말해보자. 찔레나무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이나 들 천방(川防)에 흔히 나는데 봄에 흰빛이나 분홍빛 꽃이 피고 가을에 둥근 열매가 붉게 익는다. 열매는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나 달콤하고 알싸한 맛으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 먹었다. 새들의 중요한 먹이이고 찔레나무는 장미꽃 접목(接木)의 대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찔레순은 큰 나무 밑에서 충실하고 먹음직스러운 새순이 많이 나온다. 음력 3, 4월 긴긴 해 등하교 길이나 일부러 찔레를 찾아다녔다. 새싹은 붉은 것과 초록색 두 가지가 있다. 초록색 새순은 맛이 좋지만 붉은 색은 조금 떫다. 크게 자란 것은 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지만 많이 꺾었을 때 동생 갖다주려고 주머니에 불룩하도록 넣어왔던 생각이 난다.

찔레꽃이 만개했을 때엔 밤에도 환하게 보였고 그 꽃도 좋은 간식거리였다. 계절적으로 못자리를 해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농부들을 애 태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어린 고사리손이 가시에 상처날까봐 찔레순 밑에는 뱀이 많다고 겁을 주기도 하였다.

사실 찔레가시는 매우 날카로워 찔리게 되면 매우 아프고 피도 많이 난다. 진달래도 산이나 들에 흔히 볼 수 있는데 봄에 잎보다 먼저 연분홍꽃이 깔때기 모양으로 핀다. 이 꽃이 중요한 어릴 적 먹거리였다. 화전(花煎)놀이 때 꽃잎을 붙여서 지진 부꾸미로 사용되기 하고 술도 담는다.

부모님들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진달래꽃이 있는 곳엔 문둥이가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하였다. 비슷한 철쭉꽃은 먹으면 안 된다. 오디는 뽕나무의 열매이다. 누에치기의 원료가 되는 묵은 뽕나무에서 달리는 맛있는 과일(?)이다.

한창 익어가는 보리를 짓밟아 주인에게 호되게 야단 맞으면서도 입가가 시커멓게 물든지도 모르고 오딧물이 밴 적삼을 마주보며 깔깔대던 추억이 새롭다. 빼기는 산소 주변에 많이 자생하는 연한 뿌리가 달린 식물로 봄에 노랑꽃이 피고 잎은 쌀가루를 묻혀 떡으로 먹기도 하는데 뿌리가 맛있고 달다. 묘(墓)등을 괭이로 파헤쳐 주인에게 혼쭐나도록 꾸지람을 듣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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