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티치 다문화가정 편지 공모전 대상
도안티치 다문화가정 편지 공모전 대상
  • 예천신문
  • 승인 2011.05.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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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리면 도촌리 도안티치(25) 씨가 지난달 23일 열린 제17회 호미예술제 다문화가정 편지 공모전에서 영예의 장원을 차지, 지난 7일 경북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지난 2006년 박경하(49) 씨와 결혼한 베트남 출신 도안티치 씨는 시집 와서 농촌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인자하게 보듬어준 시부모에 대한 사랑을 편지에 담아 이번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도안티치 씨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 2010 연말결선에서 관내 최초로 인기상을 받기도 했으며, 슬하에 두 딸을 두었다.



◇장원작
- 사랑하는 시부모님께…

제가 베트남에서 시집온 지도 벌써 4년 반이나 되었습니다.

한국에 오던 날 열여섯 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큰어머님, 시어머님, 남편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서울 시내를 지날 때 높고 으리 으리한 빌딩 숲과 깨끗한 거리, 수많은 사람들의 깔끔한 옷차림,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려워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 시간 후에 예천읍에 도착해서 남편 승용차로 시댁까지 가는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깊고 깊은 산밖에 보이질 않아 두려운 맘에 혹여 나를 어디엔가 팔아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무섭고 두려운 생각에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맘 뿐이었습니다.

한참 후에 시댁에 도착했는데 아주 작고 아담한 시골이었습니다. 먼저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큰 절을 올리는데 시아버지께서 자꾸 웃으시기에 제가 좋아서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치매가 있으셔서 그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한국의 농촌생활이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군청이나 다문화 가족지원센터 같은 기관에서 방문 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한국말도 가르쳐 주고, 아기 키우는 것도 도와주고, 남편과 시댁 식구들, 동네 사람들 모두가 한국의 풍습과 문화도 가르쳐 주셔서 점차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일년 쯤 지나 첫째 딸이 태어나고, 둘째를 임신 했을 때 시아버지 병세가 점점 더 심해졌지요.

시도 때도 없이 밥 달라고 고함치시고, 밥을 차려 드리면 싱거워 못 먹어, 짜서 못 먹어 하시면서 어떤 때는 밥상을 엎어버리고, 요강도 발로 차서 쏟아버리고, 월남(베트남) 가라고 소리치실 때는 속도 상하고 슬퍼 친정 부모님이 보고 싶어 몰래 숨어서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우리 밭인 줄 알고 남의 밭 오이를 따와서 주인한테 혼난 일도 있고, 사과 열매솎기 할 때 잘못 잘라 남편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아기 엄마, 농촌 아줌마가 되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지금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제가 전국 노래자랑 지역 본선에서 인기상을 타고 연말결선에서도 인기상을 타게 되었는데, 바쁜 농사철에도 제가 노래 연습 한다고 읍까지 다닐 때 아이들도 잘 돌봐주시고, 서울에 예심 보러 갈 때 “잘 다녀오너라, 우리 아가, 긴장하지 말고” 하시면서 차비 하라고 쌈짓돈을 제 손에 꼭 챙겨 주시던 어머님의 정성이었던지 “연말 결선에서 우리며느리 인기상 탔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던 시어머님께 제가 ‘웃음’이라는 작은 용기를 준 것 같아 제 자신도 우쭐해지곤 했습니다.

늘 제게 따뜻하고 인자하게 대해주시는 어머님!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만 이 글을 통해 어머니께 죄송스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제발 손녀들 앞에서 사투리 좀 줄여주세요.

짠지(김치), 고추장(꼬치장) 등등…. 은정이 은주가 할머니 말을 잘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더 배우고 크면 알아듣겠지요!

처음에는 어머님의 잔소리가 싫었지만 4년이 지나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한국생활을 적응하는데 가장 큰 보탬이 되었으며, 마음의 고향처럼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잔소리 많이 많이 해주세요.

지금은 시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며칠 전 아버님 생신날 음식을 가져갔을 때 아버님께서 제 손을 꼭 잡고 웃으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집에서 모실 때 잘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비록 아버님께서는 병원에 계시지만, 아버님 부디 힘내세요. 맏며느리인 제가 항상 기도 드릴게요.

어머님! 너무나 부족하기만 한 저를 늘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고 철부지 며느리를 딸처럼 자식처럼 이끌어 주셔서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 챙기시고 앞으로도 더욱 행복한 우리가족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우리가족,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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