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어린가지 속껍질 지칭'
'소나무 어린가지 속껍질 지칭'
  • 예천신문
  • 승인 2011.05.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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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松肌)'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시풍속 이야기(33)
송기(松肌)는 소나무 어린 가지의 속껍질을 말한다. 송기를 넣어 떡을 만들면 송기떡이 되고 송기를 넣어 쑨 죽은 송기죽이 된다.

우리 조상들이나 나이 많은 노년세대는 민속적으로나 세시풍속으로 소나무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위에 든 송기 음식이나 어릴 때 삼림보호와는 동떨어지게 한참 자라는 소나무 새 가지를 사정없이 꺾어 송기와 그 물을 핥아 먹었던 것은 거의가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봄철 산골 집안을 온통 노랗게 만드는 송화(松花·소나무 꽃가루)는 5월에 모아 날것으로 먹거나 꿀과 찹쌀가루에 섞어 송화 다식(茶食)을 만들어 귀한 상차림에 올리기도 한다. 술에 넣어 송화주를 빚고 송순((松筍·소나무 새순)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기도 한다.

송실(松實)은 껍질을 벗긴 뒤 밥에 넣어 먹거나 볶아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소나무는 약용으로도 많이 쓰였다. 솔잎은 대추와 함께 날것으로 먹거나 갈로 만들어 뜨거운 물에 마시는데 건위제(健胃劑)로 좋다고 한다.

송화, 송엽, 송지(松脂) 등은 한방에서 송화는 이질의 치료제로 송엽은 각기병(脚氣病)과 소화불량의 치료제나 강장제로 송지(松脂)는 반창고나 고약(膏藥)의 원료로 사용되며 송편을 만들 때 솥 밑에 깔아 찌기도 한다.

소나무는 건축재나 가구재로도 쓰이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守護神)으로 여겨지는 소나무는 장승을 만들어 마을 어귀에 세우기도 하였다. 잎(갈비, 솔가리)은 갈퀴로 끌어모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요즈음엔 분재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소나무는 양지식물로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메마른 암석 사이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기상고 같다하여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의 소나무가 나온다. 또한 사시사철 푸르른 잎을 지니며 강인한 인상을 주는 줄기 때문에 대나무와 함께 송죽지절(松竹之節)을 상징하고 송교지수(松喬之壽)라는 4자 성어로도 쓰인다.

소나무는 이와 같은 많은 혜택을 인간에게 주어온 민족수(民族樹)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에 따른 이야기도 많다. 소나무란 ‘솔’과 ‘나무’의 합성어로 본디말은 ‘솔나무’이다.

솔송(松)자는 옛날 진시황제가 갑자기 큰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아래서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자 고마워하며 공작(公爵) 벼슬을 주어 나무공작, 즉 목공(木公)이 되었고 두 글자가 합해져 소나무 송(松)자가 되었다고 한다.

몸통이 붉어서 적송(赤松) 또는 홍송(紅松) 육지에서 자라므로 육송(陸松) 여인의 자태처럼 부드러워 여송(女松) 등으로 불리는 것이 우리나라 토종소나무이다.

자녀출생 시 대문 앞 금줄에도 된장 담글 때 장독에 두른 금줄에도 마을 동신제 지낼 때 동신목 금줄에도 소나무 가지는 유용하게 이용되어 왔다.

송기죽 쑤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근근히 넘기다가 저승으로 돌아갈 때 소나무 널판에 담겨 솔숲 속에 묻히고 유용하게 사용되던 솔에게 다시 육신을 썩여 되돌려주는 것이 한민족 인생이라 생각된다.

예천에도 꼬박꼬박 토지세 내고 장학금 주는 석송령, 용문 금당실 송림, 사부리 소나무가 유명하다. 잘 가꾸어야 할 텐데 소나무 재선충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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