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높이 오르는 것으로 승부
제일 높이 오르는 것으로 승부
  • 예천신문
  • 승인 2011.07.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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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뛰기'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시풍속 이야기(35)
그네는 가로 뻗은 나뭇가지나 인조시설물 따위에 그넷줄을 매고 밑싣개에 올라 타 몸을 앞뒤로 움직이게 만든 시설물로 놀이의 하나이다. 한문으로는 그네 추(?) 그네 천(?)자를 써서 추천, 예천에선 ‘군디’라고 한다.

그네뛰기(그네타기)는 요즈음에야 초등학교, 어린이놀이터에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남성의 씨름과 더불어 단오절(端午節)의 가장 대중적인 민속놀이였다.

그네뛰기는 여성들 사이에서 주로 행해졌는데 마을 어귀나 동네마당의 큰 느티나무나 버드나무 가지에 줄을 매고 하였다. 그네를 매기에 적당한 나무가 없을 때는 넓은 마당에 긴 통나무 두 개를 세우고, 그 위에 가로 질러 묶은 통나무에 그네를 매었는데 이를 ‘땅그네’라고 하였다.

그네 뛰는 4월 초파일 전후에 시작하여 오월 단오까지 전국적으로 행해졌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네뛰기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므로 재미와 함께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놀이이다.

그네를 허공 높이 구르기 위해서는 온 몸의 탄력을 이용하여야 하는데 특히 팔, 다리의 힘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그네뛰기를 통해 팔다리의 힘을 기르고 온 몸의 순발력과 민첩성을 기를 수 있어 체중관리에 좋은 운동이다.

녹음이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예쁘고 화려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성이 머리에 궁궁이 꽂고 그네에 올라 하늘 높이 몸을 날려 오가는 모습은 새장에 갇혀있던 새가 풀려나 하늘 높이 나는 것처럼 활기가 넘치면서 아름답다. 문학작품이나 회화에 등장하는 모습들이다.

민속놀이 그네뛰기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북방에 오랑캐들이 몸을 날쌔게 하기 위하여 한식날에 행사하던 것을 후에 중국 여자들이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한(漢), 당(唐)에 이르러서는 궁중에까지 경기대회가 있었다고 하며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려시대에 궁중이나 상류층에서 즐겼으나 조선시대에는 상류층에서 이를 멀리하게 되고 민중 사이에 크게 유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놀이는 오랜 봉건유습에서 1년 내내 집안에서 바깥구경을 못하던 젊은 여인네들이 단오날 하루만이라도 밖에 나와 해방감을 맛보고자 한 데서 비롯 되었다. 그네경기는 누가 제일 높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부를 정하고 두 사람이 마주 보며 뛰는 ‘쌍그네’ 또는 ‘맞그네’와 혼자 뛰는 ‘외그네’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 그네를 뛰면 발에 무좀이 생기지 않고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열을 결정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나뭇가지 또는 꽃가지를 목표물로 정하고 그것을 발끝까지 차거나 입에 물어 승부를 결정했으며 둘째 그네 앞쪽에 방울줄을 높이 달아놓고 그것에 닿도록 밑에서 방울줄을 조종하여 높이를 측정하였으며, 근래에 창안된 것으로 그네줄 발판 밑에 자눈을 박은 줄을 매어 놓고 그네줄의 정지지점부터 얼마나 공중으로 올라갔는 가를 측증하여 우열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 학술대회 발표에 의하면 그네타기가 남녀의 성행위를 상징적으로 담은 놀이라고 주장을 펴기도 한다. 남녀가 모여든 그네 타는 현장은 사랑이 싹트는 장소이자 성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유희장(遊戱場)으로 성 해방과 성적 본능을 발산, 여성에게 ‘성풀이’의 하나로 보는 이도 있다.

그네줄 만들 짚이 없어 마을 집집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한 단씩 모아 줄 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옛풍속으로만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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