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칭도 대단히 많아
다른 명칭도 대단히 많아
  • 예천신문
  • 승인 2011.07.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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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문화1'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 세시풍속 이야기(36)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대소변을 보게 만들어놓은 곳을 ‘뒷간’이라고 한다. 듣기 민망하고 지저분한 이야기나 화장실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명칭도 대단히 많다. 변소, 정방(淨房) 통시(깐), 매화간(梅花間), 측간(廁間), 정랑(淨廊), 서각(西閣), 똥구당, 해우소(解憂所) 등 많이 있다.

‘뒷간’은 순수한 우리 말에서 유래한 명칭인데 ‘뒤를 본다’라는 뜻에서 왔다. 초대국회 때 어느 국회의원이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한 뒤에 “뒤 좀 보고 오겠다”는 말을 덧붙여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지만 재미 있는 표현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배설을 해결하는 장소, 화장실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그 이야기거리가 깊고 풍부하다.

고대 조상들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산이나 강이나 바다에서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배설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농경사회로 접어 들면서 사람들은 강물에 흘려 보내거나, 땅에 묻어서 그냥 버리던 배설물을 논밭의 비료로 사용하게 된다.

지금은 보리농사를 잘 짓지 않지만 우리가 어릴 때 아니 그 후에도 봄보리 씨앗을 파종할 때 땔감으로 사용한 아궁이의 타고 난 재와 분뇨(糞尿)를 함께 섞어 장갑도 없는 맨솑으로 뿌리던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 속담(俗談)에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가까우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또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맘 다르다는 것도 있다. 자기에게 요긴 할 때는 다급하게 굴다가, 제 할 일을 다하고 나면 마음이 변하여 처음과 달라짐을 말함이다.

방랑시인 김삿갓(金笠, 金炳淵)의 파격시(破格)에 ‘통시’ 이야기가 나온다.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月利山影改 通市求利來(월리산영개 통시구리래’
원문대로 해석하면 ‘강가정자를 가난한 선비가 지나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밑에 엎드렸구나/ 달이 기울어지니 산그림자도 달라지고/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 돈 벌려 오도다’

김삿갓이 어느 가난한 시골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마침 그 집에 기고(忌考)가 드는 날이다. 조촐하게 차린 제상을 보며 지은 시(詩)인데 한자의 독음(讀音)을 따라서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제상에는 강정과 빈 사과, 대추 복숭아가 놓여 있는데 월이! 하니 사냥개가 오고 통시(변소)에는 몹시 구린내가 나네.

이때도 화장실(뒷간)을 ‘통시’라고 불렀나보다. 급하게 화장실 가서 볼일 보는데 화장지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당황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옛날엔 화장지도 없었다. 신문지도 없어 짚이나 지붕을 개체(改替)하고 벗긴 썩은 새끼줄도 뒤닦이의 좋은 화장지 역할을 하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은 뒷간은 멀고 하니 방에 두고 오줌 누는 그릇인 요강(尿綱)은 훌륭한 뒷간 역할을 하였고 동방화촉(洞房華燭)신랑신부의 중요한 변기이기도 하였다. 다음호에 여러 화장실 문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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