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화장실 세계 관광객 부러워 해
공공시설 화장실 세계 관광객 부러워 해
  • 예천신문
  • 승인 2011.08.2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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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문화 2'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시풍속 이야기(37)

옛날에는 뒷간에 측간귀신(정낭귀신)이 살고 있었다. 측간귀신은 대개 여성신으로 측간에서 병을 얻거나 사고가 생기는 것은 이 귀신의 소행이라고 믿었다.

화장실 각시측신(퀢神)이 머리를 길게 늘어 뜨려 발 밑에 감고 머리카락 수를 세고 있다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놀라서 세던 머리카락을 사람에게 덮어 씌운다고 한다.

그러면 이 사람은 큰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소에 들어갈 때는 밖에서 기침을 세 번 해서 측신이 놀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하기야 헛 기침은 변소 내에 타인의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이고 요즘 문이 있어 노크(똑똑)로 대신하고 있다.

어떻든 현대과학으로 살펴볼 때 화장실에서 급사(急死)하는 것은 쪼그리고 앉아 변비 때 있는 힘을 다 쓰다보니 혈관이 터저 사고가 난 것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통시귀신의 장난으로 간주하였다.

화장실을 우리 말로 적지 않고 굳이 영어로 표기해 놓은 곳도 많다. WC라고 하면 water closet의 약자로 수세식 변소라는 뜻이다. Toilet은 보통변소를 말하며 Restroom은 휴게실이 딸린 화장실을 말한다.

등산객이 어느 시골 집 한켠 건물 앞에 적혀있는 심오한 한문 사자성어 ‘多不有時(다불유시)’를 발견하고 그 뜻을 몰라 집주인 노인장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 멋진 한자의 깊은 뜻은 무엇입니까?” 주인이 대답했다. “그건 다불유시(WC)입니다.” 굳이 한자어를 해석한다면 많은 사람이 이용하니 짧은 시간에 볼일을 보라는 우스겟소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지만 옛날 뒷간의 오래된 분뇨를 신경통약으로 사용한 일도 있었다. 채소밭에 거름으로 이용한 분뇨는 기생충(회충) 전염의 중요한 역할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변 검사를 한 때가 엊그제 일 같다.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19세기 중반 무렵까지 각 도시의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화장실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였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거리에서 볼일 보는 것을 전혀 꺼려 하지 않았다. 대낮에도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은 그다지 희귀한 일이 아니었다.

17세기 초 최초로 출현한 하이힐도 이러한 오물투성이 길거리에서 생겨났다. 귀부인들의 치렁치렁한 드레스 끝자락에 길거리 오물들이 묻지 않도록 나무 등을 다듬어서 귓굽이 높도록 만든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이게 바로 하이힐의 유래인 것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공시설의 화장실 구조는 세계 관광객이 부러워할 정도이고 중국이 올림픽 때 우리 화장실 문화를 배워갔다고 한다. 화장실 공간 정면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당신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와 좋은 격언들은 문화인의 자랑이기도 하다. 더러웁고 악취나는 뒷간을 화장실로 부르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18∼19세기 무렵 영국에서는 가루를 가발에 뿌리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 때 상류층 가정 침실에는 대개 가루를 뿌리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가루를 뿌린 뒤 손을 씻어야 하므로 물을 비치하게 되었고 이후 ‘화장실’이 변소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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