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 가르쳐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 가르쳐줘
  • 예천신문
  • 승인 2011.09.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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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깃불'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 세시풍속 이야기(39)

모기(蚊)는 여름철에 인간을 위시한 많은 동물에까지 피해를 주는 귀찮은 해충이다. 모기는 모기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몸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뒷날개는 퇴화하였으며 가슴에 세 쌍의 긴 다리가 있고 주둥이는 대롱 모양이다.

요즈음은 사시사철 방안에 모기가 있지만 여름철에 암컷은 사람이나 가축의 피를 빨아 먹고 수컷은 식물의 즙(汁)을 빨아먹고 산다.

모기 보고 칼 빼기(見蚊拔劍)란 속담이 있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에 너무 야단스레 덤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또 ‘모깃소리만 하다’라고 목소리가 아주 가냘퍼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북더기를 이용하여 연기가 나게 피우는 불이다. 지금이야 모기장, 모기향, 살충제 등이 있어 모기를 퇴치(退治)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우리들이 어릴 적만 해도 모깃불 앞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를 구어 먹으며 부모님의 좋은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각박한 도시에서 자연의 숲 대신 아파트, 빌딩 숲에서 흙 대신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살고 있는 이들에겐 그림같은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새벽녘에 마당에 짚불을 피워놓고 그 불을 뛰어 넘으면서 ‘모기야 물러가라’라고 세 번 외치며 세 번 넘었다.

그리고 단오날 그네를 타면서도 모기 쫓는 시늉을 하여 여름 내내 모기가 달겨들지 않도록 하는 주술적(呪術的) 풍습이 있었다.

농촌의 한 여름 밤은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만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모깃불이 필요하였다. 어둠이 깃들 때까지 논밭일을 힘들게 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저녁상이 들어오기 전부터 슬금슬금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운다.

모깃불을 피우는 재료와 방법은 때와 곳에 따라 모두 달랐다. 우리 예천지역에는 주로 보리타작 후에 생긴 짚이나 찌꺼기(낑데미)를 이용하였다.

또는 낮에 풀을 베어 두었다가 뜨거운 볕에 며칠씩 말려 완전건조가 되기 전에 쑥대와 함께 이용하기도 한다. 너무 말라 쉽게 불에 타 사그라질 때는 생풀을 위에 덮어 오래 연기가 나도록 한다.

모깃불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담소(談笑)를 나누며 비록 매캐한 연기에 눈물과 기침이 나면서도 여름밤 은하수(銀河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견우와 직녀가 7월 칠석 오작교(烏鵲橋)에서 일년에 한 번 만난다는 할머니의 전설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할머니 다리 베게에 누워 부채도 없어 손 부채질 해 주시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모기의 천적(天敵)으로 미꾸라지, 잠자리, 박주, 송사리 등이 있어 숫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기 있을지 몰라도 역시 모깃불이 최고였다.

우리 조상들의 모깃불 지혜는 자연 속에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 생활이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자기 만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진솔한 생활 철학을 전해주던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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