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위한 투자 나서야 ①
인재양성 위한 투자 나서야 ①
  • 예천신문
  • 승인 2011.11.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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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의 진 (서울시립대 교수)
강의실에서 우연찮게 내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고향 제자를 만났다. 그를 만나게 된 과정은 대충 이렇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학생들에게 요즘 한-미 FTA 문제로 정국이 시끄러운데 쟁점사항인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가 무엇인지 아는 학생은 답해 보라는 질문을 던지자 누구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채 90명이 넘는 학생들은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보는 어색한 광경이 연출됐다. 그런 가운데 한 녀석이 아주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참으로 기특해 “학생,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녀석은 대답할 때와는 달리 모기소리 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경북 안동 옆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가 대학시절 예천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늘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차라리 안동 옆이라고 대답하는 게 편 할 것 같은 생각에 그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나 “안동 옆 어디냐?”고 제차 물었더니, 그 녀석은 더 나지막한 소리로 “예천이라는 곳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대창고를 졸업하고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하리면 출신 H군이었다. 영락없이 38년 전 내 모습이었다.

9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함께하고 있어 반가운 표정을 감추고 3시간의 강의를 끝냈다.

강의가 끝나고 그 학생을 연구실로 불러 음료수 한 잔을 대접(?)하며 “집은 어디냐, 고등학교는 어딜 나왔느냐, 부모님은 뭘 하시냐,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느냐, 졸업 후 장래 직업은 무얼 할 작정이냐, 어떻게 서울시립대를 오게 됐느냐, 애로 사항은 없느냐?”는 등등 으레 꼰데(?) 선생님들이 하는 식상한 얘기로 우리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다.

그 학생을 통해 서울시립대에 10여명의 예천출신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며칠 후 그들 중 몇 명을 교내 식당으로 초청, 조촐하게 한 턱(?)을 쏘았다. 예천, 상리, 하리 개포, 용궁, 지보, 풍양, 보문 등 출신지도 다양했다.

2시간 넘게 그들과 함께하며 참으로 이들이 힘겹게 ‘서울유학’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같이 부모님을 위해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한 시립대학을 왔고, 월 1백만원에 이르는 생활비를 버느라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 취업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잘 아시다시피 서울시립대는 등록금이 서울 소재 사립대학에 비해 절반에 불과해 공부 잘하는 시골학생들이 이른바 SKY대를 포기하고 입학하는 효자들이 많다.

미래를 위해서는 학업에 매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이지만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들로부터 매달 1백만원에 이르는 생활비를 의존할 수 없어 불안한 가운데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내몰려 책 볼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극도로 불안해 보였다.

실제 대학당국에서 조사한 결과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졸업 후 취업실적도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4년 후 이들은 어떻게 될까? 시골에서 자녀를 서울로 유학 보내신 부모님들은 그들이 졸업만 하면 ‘고생 끝’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게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30대그룹이 1년에 뽑아가는 대학졸업자가 12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년 배출되는 대학졸업생은 50만 명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4대1 이상의 경쟁률이다.

어쩌면 고향후배들이 생활비를 버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대학졸업 후 취업이 안 되거나 늦어질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은 우리 예천의 자랑이자 꿈이다. 이제 그들의 이런 불안해소를 위해 우리 선배들이 나서야 할 때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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