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들에겐 중노동'
'부녀자들에겐 중노동'
  • 예천신문
  • 승인 2011.11.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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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길쌈(2)'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세시풍속 이야기(42)

삼(麻)은 단년생 식물의 일년초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이고 줄기는 1∼2.5m 가량이며 곧게 자란다.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는 겹잎이며 여름에 연한 녹색꽃이 핀다. 줄기 껍질은 섬유(삼베)의 원료가 되며 씨로는 기름을 짠다. 대마(大麻), 저마(苧麻), 아마(亞麻), 황마(黃麻) 모두를 두루 이르는 말이다.

삼 농사는 4월 초순 씨를 뿌려 7∼8월에 거둬들인다. 조심스럽게 베어 들인 삼은 삼칼로 잎을 쳐내고 다발로 묶은 다음 삼굿(삼을 증기에 찌는 구덩이나 큰솥)에 넣고 오래도록 삶은 뒤 껍질을 벗겨 말린다. 이것을 `하루빛 말리기'라고 한다. 껍질은 삼이라 부르고 안의 줄기는 제릅(지릅)이라 하여 발을 엮는데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삼을 삶는 삼굿은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큰 솥이나 큰 철깡통으로 가마를 만들어 삶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개천이나 물이 있는 곳에 넓게 자갈을 쌓아 불에 달구고 그 위에 삼단을 세워 싸매고 물을 부어 익힌다.

그때 김이 연기처럼 솟구치고 농민들은 ‘삼굿이여’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삼이 잘 익기를 기원하였다.
마을단위로 삼굿을 하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어릴 때 감자나 고구마를 자갈 위에 함께 넣어 쪄먹던 일들이 눈에 선하다.

쪄 낸 삼은 곧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껍질이 굳어져 잘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물을 부어 가면서 벗긴다. 벗긴 삼은 잘 벗겨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 상, 중, 하품으로 나누고 한 묶음씩 열 개 묶은 것을 한 공방이라 한다.

벗긴 삼은 잿물에 담가 때를 우려낸 다음 햇빛에 말리면 벗기는 작업은 끝이다.
다음 삼을 쨀 차례인데 알맞은 분량을 물에 적시어 마당이나 멍석 자리에 서리어 놓고 여럿이 둘러 앉아 삼을 짼다.

왼손 엄지에 휘감아 쥐고 손톱 끝으로 삼머리부터 꼬집 듯이 쪼개고 한꺼번에 손가락을 사이에 넣어 훑어 내린다.
삼 길이가 한발이 넘을 때는 그 중머리를 무릎에 걸치면서 훑는다.

찢어 내는 일이 끝나면 한 묶음의 머리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삼통으로 톺는다. 쪼갠 삼을 다시 햇볕에 말리는데 오래 말릴수록 빛이 좋아지고 질긴 올이 된다.

삼올을 다시 중,하품으로 구분하여 십자나무다리(삼뚜까치)에 걸쳐놓고 하나하나의 올을 삼머리 쪽과 아래쪽을 입으로 뽀족하게 만들어 무릎 위에 올려 비비면서 이음으로써 실을 만드는 과정이 끝나는데 이 과정을 삼삼기라 한다.

삼삼기는 두레삼기라하여 마을 이웃끼리 돌아가면서 협동작업을 한다. 삼삼기가 끝나면 날실 표면에 생기는 잔털에 풀을 먹여 고르게 하고 적당한 습도를 가지게 하는 ‘베매기’를 한다. 그리고 실꾸리도 만든다.

벼매기를 하기 전 ‘베날기’를 하여 물레에 올려 타래를 만들고 날실 다발을 만든다. 베매기는 날실의 한끝에서 바디를 끼우고 그 끝을 잡아당겨 도투마리에 맨다.

다른 날실의 한끝은 끄싱개에 매어 두리두리 날실을 걸어매고 팽팽하게 잡아 당긴다. 도투마리 쪽에 왕겨나 잿불을 피우고 좁쌀풀을 먹여 말려 도투마리에 감는다. 베매기는 직기로 짠다.

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의 누운다리에 얹고 경사를 풀어 사침대로 갈린 날실을 짝수, 홀수로 번갈아 두 개의 잉아에 끼워서 바디에 끼고 홍두깨에 감아매어 발로 베틀의 쇠꼬리끈을 잡아 당기며 입을 열게하여 씨실꾸리가 든 북을 좌우 손으로 넣으며 바디를 씨실을 쳐서 베를 짠다.

이와같이 삼베길쌈은 어려운 다단계를 거치므로 부녀자들에겐 중노동이요 한숨으로 얼룩진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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