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위한 투자 나서야 ②
인재양성 위한 투자 나서야 ②
  • 예천신문
  • 승인 2011.11.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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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 김 의 진 (서울시립대 교수)
〈지난 호에 이어〉
좋은 예가 있다. 문경, 안동, 경산, 김천은 물론이고, 우리 예천보다 재정상태가 더 열악한 영양군도 서울에 영양학사(英陽學舍)라는 기숙사를 마련해 놓고 지역출신 대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운영비(월 10만 원 정도)를 받고 고향인재들이 마음 놓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성주군, 고령군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아예 서울 수유리에 경기학사를 마련해 놓고 도내 서울 유학생들의 거주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임 군수가 장학회를 만들어 적지 않은 장학금을 모으는 업적을 남겼다.
물론 써야할 곳이 많겠지만, 우선 서울과 대구 등 예천출신 학생들이 많은 곳에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만들어 유능한 후배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투자가 미래를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이것은 고향발전을 이끌 미래인재에 대한 투자일 뿐만 아니라 교육으로 인한 인구유출을 막는 최선의 정책일 것이다.

멀쩡한 다리위에 조형물을 만드느라 수억 원을 퍼붓고, 교통수요도 그리 많지 않은 산골짜기 도로 확장이나 신설, 교량건설 등 지역사회 내의 가시적인 토목사업이 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의 득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길 군수, 길 의원’은 이제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다행히 요즘 서울의 집값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저렴해 지금이 이 사업을 할 적기다. 변두리 지역 연립주택 몇 동을 구입해 기숙사에 맞게 리모델링하는데 그리 큰돈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다.

물론 투기목적은 아니지만, 이 사업은 낭비성 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주택경기에 따라 장학회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관리원, 요리사 등을 예천출신으로 고용해 출향인의 고용확대와 아울러 기숙사 식자재도 고향 농산물로 공급하여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개척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부는 잘하는데 생활비 등 기타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서울 유학시킬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식들 눈치를 봐야하는 고향의 부모님들, 서울로 유학은 가고 싶은데 부모님 형편 뻔히 알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똑똑한 고향의 후배들,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걱정이 태산인 현재 유학생들의 무거운 짐에 대해 이제는 우리 선배세대들이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제발 이제 경제적인 이유로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일 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절망이고, 지역사회에게는 인재 발굴 실패요,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인재의 손실이다.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은 14년간 세자로 책봉했던 맏아들 양녕대군이 주색잡기에 관심을 보이자 성군의 자질이 없다고 판단해 세자에서 폐했고, 정치보다는 불교에 심취했던 차남 효령대군도 마다하고 ‘택현(擇賢 현명한 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셋째아들 충녕대군을 후왕으로 만들었다.
그가 바로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대왕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의 역사가 입증했다. 돈 때문에 ‘예천의 세종대왕’이 흙속에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계자들의 진지한 고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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