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적 예천, 안동 통합 반대'
'정부 주도적 예천, 안동 통합 반대'
  • 예천신문
  • 승인 2012.04.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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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학 동 (전 푸른학원 이사장)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가 지난 13일 예천,안동을 주민여론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국가 주도로 통합을 진행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천군, 안동시의 행정구역 개편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두 도시의 경계선에 걸쳐진 도청신도시 이전을 결정하던 때에 이미 예견된 일이다. 또한 인근 지역간의 중복투자를 막고 행정적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는 정부측의 당위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막상 13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온 삶의 터전으로서의 예천군이라는 명칭이 사라지게 되고, 예천군의 행정을 맡아보던 군청이 필요 없게 되는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충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천군민 모두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정부기관의 판단만으로 강행하겠다는 결정이 또한 충격이다.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 통합에 찬성할 수 없다. 첫째는 강제통합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국민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정치체제가 바로 지방자치제이다.

정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대부분의 선진 민주국가들이 지방자치제를 선택하고 있다. 21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는 서슬이 퍼렇던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투사들의 엄청난 희생과 온 국민들의 열망으로 쟁취한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는 행정구역 통합은 민주주의의 퇴보이고 중앙집권 정치 시대의 구태이다. 예천군의 주인은 예천군민이다. 예천,안동 행정구역 통합은 반드시 지역 주민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예천군민들 스스로 다시 인구를 늘리고 경제도 살려 예천군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유지해 갈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통합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예천군민들이 결정할 문제다.

둘째는 지금 예천군의 상황은 통합할 여건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반대한다. 경북 도청 신도시 유치가 결정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예천군민들에게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했고, 초기의 막연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으로 변하고 있다.

예천군은 주변의 도시들에 비해 인구가 적고 인적자원이나 경제력에서 열악하기 때문에 해마다 인구가 줄고 상권마저 인근 도시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도청 신도시가 조성되어 백화점과 중저가 할인 매장이 들어서면 예천의 상권은 흡수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신도시에 학교가 세워지면 위장 전입을 해서라도 자녀를 신도시학교로 입학시키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물며 안동시와 행정구역마저 통폐합한다면 과연 누가, 어느 기관이 예천군민들의 안위를 걱정하여 예천의 무너져가는 상권을 되살리고,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해 주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예천, 안동을 통합한다면 대등한 관계로서 상생하고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통합이 아니라 못난 자식 내다버리는 식의 흡수통합일 수밖에 없고, 예천군의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결국에는 예천군의 정체성과 군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모양이 될 것이고, 두 지역간의 지속적인 분쟁과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행정의 효율성과 국가적 차원의 필요성에 의한 불가피한 통합이라 하더라도 정부 주도의 일방적 통합 결정은 졸속 행정으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행정구역개편 성공 여부는 지역간의 첨예한 갈등과 분쟁으로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느냐, 지역 균형 발전의 성공 모델이 되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무리가 없는 행정구역개편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행정수행능력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니만큼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불편부당함이 없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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