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제주도 여행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중증장애인 제주도 여행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 예천신문
  • 승인 2012.06.2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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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완 희 (예천군장애인협회장)
2012년 6월 13일 아침 날씨 쾌청.

십여년을 벼르던 중증장애인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예천군장애인협회 창립 20주년을 기념으로 올해는 꼭 중증장애인들에게 비행기를 태워 주리라는 소원이 이루졌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풍양에서, 상리 용두에서 보문에서 각 지역에서 새벽 5시에 예천출발을 위해 그들은 밤잠을 설쳤을, 아니 꿈에도 그리던 제주도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치고 먼동도 트기 전에 모두들 모였다.

청주공항으로 가는 버스안 아침 일찍 나오느라 설친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 비행기를 탄다는 긴장감으로 두런두런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드디어 청주공항에 도착해서 휠체어 18대에 회원들을 태우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안으로 들어 갔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업어서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 입구까지는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비행기 안까지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 갈 수 없어서 문 앞에서 업어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승무원들이 18대의 휠체어를 보더니, 이 사람들을 어떻게 탑승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으로 순간 당황하는 눈빛이였다.

그러나, 일사분란하게 업어서 탑승시키는 것을 보고 다들 놀라워 하며, 친절하게 도와주어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 할 수 있었다. 드디어 9시 비행기는 제주도를 행해 날아올랐다.

회원들은 약간은 긴장한 얼굴들이였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기한 듯 기쁨에 찬 말들이 들려왔다.

이렇게 큰 쇳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냐는 둥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집들이며, 구름들이 신기한 듯이 창밖으로 향한 시선을 거둘 줄 몰랐다. 드디어 멀고도 가까운 제주도에 45분 만에 도착했다.

또 다시 탑승할 때와 같이 화물로 온 18대의 휠체어에 한사람씩 태우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18대의 휠체어와 뒤를 이어 시각 장애인 등이 줄을 지어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한 듯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우리는 너무도 기뿐 마음으로 유치원 어린이들이 소풍갈 때처럼 줄을 맞춰 걸어갔다.

어떤 외국인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제주도 관광이 시작됐다.

첫째 날 유리의성과 여미지식물원, 새연교 천지연폭포, 서커스공연을 보고 제주도에서의 밤을 맞이했다.
하루 종일 열두명을 둘이서 업어내리느라 어깨에 멍도 들고 힘은 들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거뜬하니 왠지 모를 힘이 솟아났다.

둘째 날,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구경하고 선녀와나무꾼, 신양섭지코지 제주해안일주등 강행군이였지만 회원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사진도 찍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계획했던 일정에서 몇 곳을 뺐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다소 빡빡한 일정였으나, 누구 하나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 없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봉사하는 사람들이나 인솔하는 우리는 힘들 줄 모르고 휠체어를 밀었다.

50년을 별러서 왔다는 회원도 있고, 70세가 넘는 회원은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꼭 잡아주는 손길에 피곤함도 사르르 녹아내렸다.

지체장애인 25명, 청각장애인 5명, 지적장애인 2명, 시각장애인 3명 등 총 35명의 중증장애인들이 평생 한 번 일수도 있는 이번 여행에, 어떤 사람이 이번에 동행한 시각장애인한테 보지도 못하면서 제주도에는 뭐하러 가느냐고 묻기에 제주도 땅 밟아 보러간다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그 말 한번 잘했다면서 우문현답을 했다고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업어내린 횟수가 2백번이 넘는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고 마음은 가뿐하니 하늘을 나를 것만 같았다.

내 소원이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보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을 했는데, 내 소원을 이루게 해준 예천신문 백승학 기자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백 기자 정말 고맙네. 이번 여행을 다녀온 회원들은 제주도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하겠지.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어쩌면 평생 못가보고 죽을 수도 있는 제주도 여행을 보내 주기 위해 후원해주신 많은 후원자 여러분, 또한 이번 여행에 동행해서 고생 많이 하신 봉사자 여러분, 제 평생 다 갚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 은혜는 저희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며,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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