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로 손톱 물들이기도
봉선화로 손톱 물들이기도
  • 예천신문
  • 승인 2012.07.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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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세시풍속'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세시풍속이야기(54)

세시풍속(歲時風俗)이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계속 반복되어 전해오는 주기적으로 전승된 의례(儀禮)이다.

세시풍속은 대체로 농경문화를 반영하고 있어 농경(農耕)의례라고도 한다. 농경을 주 생업으로 하던 전통사회에서는 놀이도 오락성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풍농(豊農)을 예측하거나 기원하는 의례가 많고 무속이나 종교적인 측면의 세시 의례가 가미(加味) 되기도 한다.

여름은 음력 4월부터 6월에 해당된다. 그래서 4월의 세시풍속에서는 4월 초파일을 빼어놓을 수 없다. 4월 초파일은 원래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일로 불가의 명절이었으나 3국시대 이래 불교가 정착되면서 민간의 명절로 자리잡았다.

절에서 재(齋)를 올리고 등불을 밝혀 부처님 오신 것을 기념하고 탑돌이를 하며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기원한다.

연등(燃燈)과 관등(觀燈)은 이날을 대표하는 풍속이다. 등을 바치는 것을 연등이라 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을 관등이라고 한다. 불자들은 불공을 드리지만 마을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하여 동제(洞祭)를 지내거나 가정에서 가신제(家神祭)를 지내기도 한다.

풍속으로 초파일 며칠 전부터 뜰에 등간(燈竿)을 세워두고 간 꼭대기에 꿩꼬리 털을 꽂고 물들인 비단으로 기(旗)를 만들어 다는데 이를 호기(呼旗)라고 한다. 이 호기에 줄을 매고 그 줄에 등을 매단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등간을 만들지 못하는 집에서는 나뭇가지나 혹은 추녀 끝에 빨래줄처럼 줄을 매고 그 줄에 등을 매달아 두기도 한다.

인가와 관청, 저자에서는 모두가 등간을 세웠다고 한다. 초파일 행사로 탑돌이가 있다. 원래 탑돌이는 승려가 염주를 들고 탑을 돌면서 부처의 큰 뜻과 공덕을 노래하면, 신도들이 그 뒤를 따라 등을 밝혀들고 탑을 돌면서 크게는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작게는 개인의 소원을 비는 불교의식이었으나 불교가 대중화 하면서 민속놀이로 변천되었다.

4월 풍속에 손톱물들이기가 있다.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이 봉선화(鳳仙花)로 손톱을 붉게 물들이는 풍속이다. 한자어로 염지(染指)라고도 하나 염지는 부당한 이득을 남몰래 얻으려고 하는 뜻도 있다.

요즘에야 매니큐어로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지만 옛날에는 붉은 봉선화 꽃을 따다가 백반과 잎을 함께 넣어 짓찧어서 손톱에 싸고 사나흘 밤만 지나면 심홍빛이 든다.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봉선화 손톱 물을 들여주는 것은 예쁘게 보이려는 뜻도 있지만 병마(病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곧 귀신이 붉은 색을 두려워하므로 봉선화물을 들여 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생긴 풍속이다.

원래 이 풍속은 오행설에 붉은빛(赤)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하였고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선화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들도 봉선화 물을 들였고 필자도 어릴 때 물들인 기억이 난다. 봉선화는 못된 귀신이나 뱀을 쫓아낸다고 알려져 집의 울타리 밑이나 장독대 옆, 밭둘레에 봉선화를 심었다.

실제 봉선화에는 뱀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므로 뱀이 가까이 오지 않아 금사화(禁蛇花)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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