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행(天幸)'
`천행(天幸)'
  • 예천신문
  • 승인 2012.08.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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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용 훈 ㆍ예천읍 서본리
지난 달 큰 아이가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그 일로 지금은 웃으며 얘기 할 수 있지만 그 전에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랬었기에 얼마 전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는 아이에게 ‘합격은 행운’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에 예전 같으면 ‘내 실력’이라며 다소 반발했을 아이가 이번에는 자기가 생각해도 행운이라며 다소 겸손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세월이기는 장사 없고, 또 ‘사회가 바로 선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전 내가 해군학사장교(OCS) 시험을 볼 때 면접관인 해군 제독(將軍)께서 고향이 경북 예천이면 가까운 공군에 가지 왜 해군을 지원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나는 이 순신 장군이 좋아 해군을 선택한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장군께서는 임진왜란에서 십 여척의 배로 삼백여척의 일본군을 물리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랑하는 그 해전을 이 순신 장군 본인은 일기에 ‘천행(天幸)’이라고 적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 칠 수 있었다는 뜻이지요. 나는 ‘그런 생각’이 좋았고, 그래서 해군을 지원했습니다.

그 후 거친 파도와 전투를 경험하면서 ‘천행’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어 이제까지 나를 많이 위로해 주었었기에, 이번에 아들에게 ‘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회에 나가면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 갈 것을 부탁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오래 전 내가 그 면접관을 만나 해군 장교가 된 것도 아직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또 이번에 아이가 합격한 것도 ‘모두가 다 행운’입니다.

어느 명리학 서적에서는 사람관계, 부부관계를 대대관계(待對關係)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해, 서로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에 ‘좋아하기도 하고 또 싸우기도 하면서 사는 사이’라는 뜻이지요.

그렇기에 우리 부부도 때로는 원수가 되기도 하고 또 동지가 되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며칠 전, 아내가 오랜 만에 반찬을 입에 넣어준 일이 있습니다. 좀 ‘이상한 행동’이라고 생각 하면서도 맛있다고 칭찬했는데, 그 말에 아내는 신이 나서 ‘군(郡) 농업기술센터’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며 자랑했습니다.

사실 나는 이번처럼 달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 하지만 평소 ‘아내의 맛’은 좀 짜고 맵고 또 내가 싫어하는 ‘초 치는 것’을 매우 좋아 합니다. 그런 이유로 그 동안 수차례 서로 부딪혀 ‘나만 찬 밥 먹어야 했던 경험으로’ 이제는 속으로만 다음 생(來生)에는 요리 잘하는 사람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합 이론에서는 겉은 그럴듯해 보여도 속으로 멍이 드는 부부 사이를 알기 쉽게 ‘빛 좋은 개살구 격(格)’이라고 풀이 합니다.

보통은 권력, 돈, 인기 있는 가정이 이에 해당되기에 우리 부부의 격은 알 수 없지만 아내가 요리를 잘 하게 되면 ‘사는 맛’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렇기에 혹시 사람관계나 부부 사이를 더 좋게 하기 바라는 분이 있다면 ‘사회적 이슈가 있는’ 이번 기회에 요리 한번 배우시기를 권합니다. 크게 보면, 인간관계는 결국 ‘요리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시중에는 합격, 당선, 승진은 시운(時運)이 들어야하고, 또 고스톱은 ‘뒷장’이 맞아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뜻에 공감하기에, 이번 ‘곤충엑스포’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 현준 군수(郡守), 의원, 공무원, 모든 봉사자와 이 더위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요리 배우는 여성,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 준 바르게살기 회원, 나눔의 집 형제, 자매, 그리고 군민 모두에게 ‘하늘의 행운(天幸)’이 꼭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성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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