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농사일 몰려'
'중요한 농사일 몰려'
  • 예천신문
  • 승인 2012.08.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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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세시풍속'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세시풍속이야기(56)

50여년 만에 나타난 무더위와 폭염(暴炎)이 연일 계속되더니 짧은 장마를 보충이라도 하듯 늦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비는 자연의 현상이지만 농사를 주로 하던 우리 조상들은 가뭄과 홍수가 교차할 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를 거듭하며 살아왔다.

요즈음 지구의 온난화다 하여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음력 6월의 우리네 세시풍속은 어쨌거나 식량작물 생산과 그에 따른 중노동으로 허약해진 몸을 보신(補身)하는 풍습이 주를 이루고 있다.

6월은 벼농사와 같은 중요한 농사일이 몰려 있으므로 농사에 바탕을 둔 의례(儀禮)가 많다. 음력 6월 15일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유두절(流頭節)인데 이 때에 ‘논 고사(告祀)를 지낸다.

보통 초복(初伏)과 겹친다. 논 고사는 모내기 이후 잡초 제거를 위해 논을 매는데 이 때를 전후하여 송편과 찹쌀 부꾸미(煎餠·전병)를 만들어서 논 귀퉁이의 물 배수구마다 호박 잎사귀를 깔고 떡을 바쳤다.

그 뒤를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떡을 빼먹는데 이것을 “떡 빼러 다닌다”라고 한다. 우리들도 어릴 때 간식이 없던 시절 논두렁에 발이 빠져 가면서 다니던 기억이 나고 고사음식을 장만하여 놓은 후 비가 내리면 집안에서 제사를 올렸다.

고사는 풍년을 기원(祈願)하고 액운(厄運)을 쫓고 행운(幸運)을 맞게 해달라며 음식을 차려 놓고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니 특별한 종교를 갖지 않는 농민들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를 바라는 간절한 행사였다.

또 유두일에 선비들이 푸짐한 안주를 마련하여 계곡이나 정자(亭子)를 찾아가서 시가(詩歌)를 즐기며 하루를 풍류(風流)로 지냈다. 이를 ‘유두연’이라 했는데 이 때는 이른 햇과일이 나오므로 참외, 수박에다 국수나 떡을 만들어 함께 사당에 제사를 올렸다. 이 날은 국수를 시원한 찬물에 말아 먹었는데 장수(長壽)하라는 뜻이다.

6월이 되면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三伏)이 닥치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원기(元氣)가 빠진다하여 개장국이라는 음식을 먹었다.

지금은 속어로 보신탕, 사철탕, 보양탕 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개인의 종교적인 이유로 금기(禁忌)하는 사람도 있으나 음식점이 성할 만큼 인기가 있는 여름철 보양 음식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벼농사의 마지막 일이 제초(除草) 작업이 있었는데 끝이 길고 폭이 넓은 논매기 호미로 논을 맸다. 벼포기 사이의 땅을 호미로 떠서 뒤집어 놓음으로써 땅속에 산소도 공급하고 풀도 없애는 작업인데 세 번을 거듭하였다.

마지막의 세 벌 논매기가 끝나고 호미를 씻어 걸어둔다 하여 ‘호미걸이’라 했다. 이날 마을에서는 머슴에게 삿갓을 뒤집어 씌어 소에 태우고 춤을 추면서 마을을 돌고 머슴주인은 음식을 장만하여 푸짐하게 대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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