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 번영과 영화 기원'
'후손 번영과 영화 기원'
  • 예천신문
  • 승인 2012.09.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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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수 레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세시풍속이야기(57)

고수레는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들놀이, 산놀이, 뱃놀이 등을 갔을 때에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먹기 전에 자리 밖으로 고수레 하고 음식을 던지는 일을 말한다. 또 흰떡 같은 것을 반죽할 때, 쌀 가루에 끓는 물을 부려 섞어서 물기가 고루 퍼지게 하는 것을 고수레라고도 한다.

고시래, 고시례, 고시네, 고시내, 고씨네 등으로도 불린다. 이것은 주위 근방을 다스리는 지신(地神)이나 수신(水神)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고 무사히 행사를 치르게 해 달라는 기원의 뜻이 들어 있는 동시에, 근처의 잡귀(雜鬼)들에게 너희들도 먹고 물러가라는 잡귀 추방의 주술적(呪術的)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들면 체하거나 탈이 난다고 믿는 속신(俗信)과 결합되어 전국 도처에서 나타난다. 주로 고씨(高氏)라는 성을 가졌던 여인의 넋을 위로하는 이야기로 전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러 가지 전설이 있다.

우리 예천 지방에서는 의지할 곳 없는 고씨라는 노파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의(好意)로 끼니를 이어가며 연명한다.

얼마 뒤 고씨 노파가 세상을 떠나자 들일을 하던 사람들은 죽은 고씨 노파를 생각하고 음식을 먹기 전에 첫 숟가락을 떠서 ‘고씨네’하고 허공에 던져 그의 혼에게 바치게 되었다고 하며 그 뒤로 이 행위가 전국에 퍼졌다 한다.

다른 하나의 유래는 옛날 고씨 성을 가진 지주(地主)가 있었는데, 마음이 후덕하여 소작인의 가정사정을 참작하여 소작료(小作料)를 감하거나 면제하여 주었으므로 그 지방의 농민들은 그를 존경하였다고 한다.

그 후부터는 그 지방의 농민들은 물론 다른 지방의 사람들까지 언제 어디서든 음식물이 생기면 먼저 고마운 고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고씨례(高氏禮)’ 하고 음식을 조금씩 던졌다고 전한다.

이 고씨례가 고수레로 변했다고 하는 전승(傳承)과 첫 숟가락의 음식을 신에게 바치는 제의(祭儀)의 습속으로 본다.

고수레의 기원이나 어원에는 또 다른 하나의 설이 있다. 고시(高矢)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고시는 단군 때에 농사와 가축을 관장하던 신장(神將)의 이름으로 그가 죽은 뒤에도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의 표시로 일부를 그에게 먼저 바친 뒤에 먹던 습속(習俗)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고수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때는 술꾼들이 술병을 새로 딸 때 술을 조금 흘려 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도 고수레의 일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어찌됐건 여기서 ‘첫 숟가락의 음식’은 첫 수확의 곡물이나 과일이 그러하듯 신에게 바치는 공희(供犧)이다. 공희란 지난 날 신에게 희생물을 바치는 일을 말한다.

농작물의 풍요 기원에 이 설화가 관련되어 있고, 적선(積善)과 보은(報恩), 조상 숭배의 농민의식이 생활 일부분으로 나타난다고 볼 때 자연 후손의 번영과 영화를 기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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