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식 다달이 만들어 먹어'
'절식 다달이 만들어 먹어'
  • 예천신문
  • 승인 2012.11.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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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식(節食) ②'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60)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食後景)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자성어로 해본다면 포식남승(飽食覽勝)이라 할 수 있다.

배 부르게 먹은 뒤에 승지(勝地·금강산)를 구경하는 것이 흥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아무리 재미 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먹고 사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역생(易姓) 편에 나온다. 흉년이 들면 입에 풀칠하기 조차 어려운 역경이 닥쳐 겨우 목숨이나 부지할 정도로 굶지나 않고 살아왔지만 절일이 다가오면 절식(節食)을 다달이 만들어 먹었다.

설날에는 흰떡국, 만두, 약식, 인절미, 빈대떡, 식혜, 수정과, 술 등의 음식을 차린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흰떡국과 찬술이고 특수한 풍습으로 도소주(屠蘇酒)를 마신다.

입춘절식은 오신반(五辛盤)이다. 산야의 눈 밑에서 새로 싹 터 나오는 다섯가지 산채를 뜯어다 겨자, 식초, 소금 등으로 조미한 신선미 있는 채소음식이다.

정월대보름 상원 절식은 대표적인 것이 부럼, 귀밝이술, 오곡밥, 약식 복쌈, 묵은 나물 등이다. 그 밖에 호박고지, 가지고지, 고비, 고사리, 버섯, 시래기, 박고지 등을 말려뒀다가 이용한다.

2월 초하루 중화절에는 이 때부터 농사가 시작되므로 노비일(奴婢日)이라고도 한다. 큰 송편을 만들어 일꾼들에게 먹였다. 삼월 삼일 중삼절에는 남쪽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두견화전, 잔달해 화채, 탕평채 등이며 주로 들놀이 음식이다.

각 고을 선비들은 이러한 절식을 준비하여 들로 나가 시회(詩會)를 열고 신춘을 즐겼으며, 고장에 따라서는 부녀자의 화전놀이도 관례의 하나로 되어 있다.

4월 초파일 등석 절식으로는 고기 생선을 피하고 느리떡 검은 콩 볶음, 햇미나리를 이용하여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간장, 참기름, 깨소금, 파, 마늘 다진 것, 식초 등으로 조미하여 먹었다.

5월 단오절식으로는 절편에 수리취를 섞어 넣고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든 차륜병(車輪餠)을 만들어 먹고 궁중에서는 제호탕(醍턈湯)을 만들어 진상하였다.

6월 유두절식으로는 유두차례(流頭茶禮)를 지내고 햇밀로 만든 밀전병, 떡수단, 보리수단, 유두면이 있다.
삼복 절식으로는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삼계탕, 개장국, 육개장으로 주로 보신 효과를 가지는 음식이다.

추석 중추절식에는 햇곡식, 햇과일이 재료로 이용되고 송편, 토란탕, 청대콩밥 등이며 송편 속에 햇청대콩, 햇녹두, 햇밤, 햇대추 등을 넣는다.

9월9일 중구절식으로는 국화전과 국화주가 주를 이루며 지황, 당귀, 구기자 등을 섞어서 국화주를 빚기도 한다.

10월 고사 음식은 시루떡이 보편적이고 붉은 팥, 검은콩을 고물로 얹어 귀신을 쫓는 데나 영양상으로도 합리적이다.

동지절식으로 팥죽에 찹쌀 경단(새알심)을 넣어 나이 대로 먹는다.

마지막 납향절식으로는 참새구이를 만들어 먹고 때로는 산간에서 잡은 멧돼지, 산토끼 고기 등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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