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세시풍속 주기 맞물려'
'농사와 세시풍속 주기 맞물려'
  • 예천신문
  • 승인 2012.11.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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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세시풍속'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63)

날씨가 추워졌다. 초겨울의 시작이다. 옷깃을 여미고 손을 호호 불며 종종걸음치는 젊은이들을 볼 때 세대 차이를 느낀다.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은 농경(農耕)이 주 생업이었기 때문에 농사의 내용과 세시풍속의 주기가 맞물려 행하여졌다. 10월은 상달(上月)이라 하여 햇곡식을 신(神)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 여겼다.

무당을 데려다가 성주들 맞이하여 떡과 과일을 베풀어놓고 집안의 평안과 백곡(百穀) 수확에 감사를 드린다.

김장과 시향(時享)도 중요한 행사이다. 10월은 절후상으로 입동(立冬) 소설(小雪) 절기이다. `농가월령가'를 대충 살펴보자.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간맛을 맞게 하고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김치 장아찌라. 큰 독 곁에 작은 독, 바탕에는 항아리라. 양짓쪽에 헛간 짓고 짚에 싸서 깊이 묻는다.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매질(매흙질) 하고 창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는다. 수수대로 덧울하고 외양간엔 짚을 둘러 콩깎지도 묶어 세워 땔나무도 쌓아 놓는다. 부녀자들 겨울옷짓기, 술빚고 떡만들어 동네모임 준비하기, 꿀을 떠 단자떡, 메밀 앗아 국수하여 소 돼지 잡으니 음식도 푸짐하다.

들 마당에 차일 치고 동네 모아 자리 깔아 동민들 모아 놓고 남녀 구별 따로 한다. 풍악패(風樂牌)를 데려오니 광대(廣大)도 춤을 추고 북 치고 노래한다.

마을 어른들은 잔말 끝에 취(醉)하고 유지들은 오랑캐 춤을 춘다. 동장님 윗자리서 술잔 받고 하는 말씀, 오늘 놀음 뉘덕인고 하늘 은덕(恩德) 나라 은혜라. 집안팎 지킬도리 다할 것을 주문한다.

사람의 자식되어 부모 은혜 잊지 말고 기운이 쇠진(衰盡)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병 나지 않게 봉양한다.

들어온 며느리, 남남끼리 모인 동서(同챢),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순(恭順)이 제일이라. 경로효친(敬老孝親) 상경하애(上敬下愛) 내 도리 다할찌면 죄 될 일 안 범한다.

한동네 여러 집에 많은 사람 살고 있어 믿음, 의리 없으면 화목(和睦)이 있을 수 없다.

길흉대사(吉凶大事) 보살피기, 홀아비 고아들 특별 구제 먼저 하기, 수해 화재 구원하고 잘 사는 이 시기하며 시비 않는 게 자기 본본이다.

주색잡기(酒色雜技)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러할까. 우연히 잘못 들어 한 번 두 번 자꾸하면 마음이 방탕(放蕩)하여 그칠 줄 모르는 것이니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우리 조상들은 농사일도 중요하고 세시 풍속도 존중하였지만 인간의 도리를 더욱 더 챙겼다. 옛날 서당에 사람인(人)자를 다섯 자나 써 붙이고 인간교육을 시켰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여야 사람이지. 요즘 버릇 없고 패륜(悖倫) 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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