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먹으며 건강 기원'
'팥죽 먹으며 건강 기원'
  • 예천신문
  • 승인 2012.12.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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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세시 풍속'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65)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에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 굽이굽이 펴리라'

위 옛 시조(時調)는 조선의 명기(名妓) 명월 황진이가 동짓달을 넣어 열정적 사랑을 읊은 것이다.

한양 제일의 소리꾼 이사종(李士宗)이 27세 때 천수원(天壽阮) 냇가에서 노래를 부를 때 황진이를 만나 서로 사랑하며 정을 나누게 되어 각각의 집에서 3년씩 살기로 하고 6년이 끝나자 서로 헤어진 후 사랑을 그리며 지은 시조이다.

동짓달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정겨운 달이다. 음력에서 열한 번째 달로 이 달에 동지(冬至)가 들어 있기에 동짓달이라고 부른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아 `동짓달의 기나긴 밤'은 고시조나 명시에 자주 대두되는 말이다.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동짓달은 우리 조상들의 세시풍속에서도 농삿일에도 아름답게 등장하는 달이다.

동짓날에는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사람이 드나드는 문 근처에 뿌려 악귀(惡鬼)를 쫓는 의식을 하였다.

팥죽에는 찹쌀이나 수수쌀로 새알심을 넣어 나이 수대로 먹었는데 그래서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은 설'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 바로 이 동짓날이다. 날씨가 춥고 밤이 길기 때문에 호랑이가 교미(交尾)를 한다고 한다.

실제로 호랑이의 짝짓기 기간은 11월에서 2월 사이라고 하니 동지도 끼어 있을 수 있겠다.

동지 팥죽은 대문 밖 귀신을 쫓는 것만은 아니다. 가족과 이웃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새로운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고 우리 마음 속의 사악(邪惡)함을 씻어 내기를 염원(念願)하는 정성도 깃들어 있다.

올 동지에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팥죽 한 그릇씩 먹으며 덕담(德談)을 나누고 가정의 화목(和睦)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어 보자.

십일월 농가월령가를 살펴 보자.

`십일월은 중겨울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자(還子) 갚고 몇 섬은 조세 내고, 얼마는 제사쌀 얼마는 씨앗이며 소작료(小作料) 내야 하고 품값도 꾸어 쓴 빚돈도 모두 갚으니 남은 것 얼마없네. 콩나물 우거지며, 조반석죽(朝飯夕粥) 평상(平常)이라.

메주 쑤고 철음식 팥죽 쑤어 이웃 친척 나눠 먹세. 낮이 짧아 덧 없고 밤이 길어 지리하다. 삽작문 닫았으니 시골집이 한가하고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노.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짠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 아이 노는 소리 늙은 이 일없으니 거적이나 매여보자.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주소'

힘 있고 잘 사는 좋은 나라 이끌어 갈 대통령 선거철이다. 훌륭한 대통령 골라 뽑아 농촌에도 격양가(擊壤歌) 부를 날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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