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아버지의 들녘'을 보고
인간극장 '아버지의 들녘'을 보고
  • 예천신문
  • 승인 2012.12.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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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정 하 웅 ㆍ지보면 출생 ㆍ용궁초등 43회 ㆍ서울 서초구 ㆍ기획재정부 전문위원
우리나라가 1970년대 중후반부터 산업화가 되면서 농촌청년들이 거의 도시로 빠져나가고 농촌엔 노인들만이 남아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돼 오고 있다.

도시를 찾은 청년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고, 낯선 곳에서 정착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 연유로 고작 명절날 하루 이틀정도 고향을 찾게 되고 부모와 마주하는 날이 줄어들면서 자연 핵가족화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자녀들은 어른들로부터 듣고 배운 것이 없어 커서도 철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웃어른에 대한 공경은커녕 몰상식한 사람이 되기 일쑤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현상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5회에 걸쳐 KBS 1TV 오전 7시 50분에 방영된 인간극장 `아버지의 들녘'이 매 말라가는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용문면 두천리의 손악이(101세) 아버지와 손병우(77세) 아들 두 부자의 이야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를 보내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일만 시켜온 것을 늘 미안 해 하며 가슴속에 담아 온 아버지와 집안의 장남으로써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며 농사일에만 전념해 온 아들의 마음을 그린 작품으로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부농으로 탈바꿈한 인간승리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면서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버팀목의 아버지와 아들! 오늘날 보기 힘든 인간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 방송을 보고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면, 첫째로 아버지의 곧은 성품과 아들의 참된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느꼈던 꾸밈없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상에 우선 정감이 갔으며, 예의를 벗어난 언동에는 방관하지 않는 아버지의 곧은 성품으로 집안의 령을 서게 했던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누군가 손 어르신 면전에서 ‘며느리’라고 얘기했다가 핀잔을 들은 기억이 난다. “며느리는 내 며느리이고, 내 며느리를 호칭할 때는 ’자부'라고 해야 한다”며 질책을 주셨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 아들의 효성, 동기간의 우애가 돋보인 점이다. 아버지는 노쇠하신 몸으로 들녘을 오가며 아들의 농사일을 도와주었고, 몸이 불편한 자부에게도 늘 따뜻이 대하는 마음이 집안을 편케 해 주고 있다.

아들은 집안을 돌보는 일에 충실하면서 출타할 때면 언제나 “다녀오겠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 좋아 하시는 만두 사왔습니다” 하는 효성과 아내의 병수발까지 해야 하는 등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딸 또한 멀리(대구) 떨어져 있으면서 종종 찾아와 아버지의 온갖 수발과 오빠의 힘든 일들을 돕고 있는 모습이 무척 우애가 있어 보였다.

세 번째는 부자의 건강한 모습이다. 아버지는 100세가 넘으신 고령이신데도 기억력, 청력, 시력이 그토록 건강하시고, 아들 또한 적은 나이(77세)가 아닌데도 경운기를 몰고, 지게도 지고, 벼를 베거나 타작을 하고, 감을 따고, 소죽을 끓이는 등 온갖 힘에 겨운 일들을 젊은이 못지않게 해내고 있는 모습이 무척 건강하게 비춰졌다.

네 번째는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80여 년 동안 애쓴 보람으로 얻어 진 땅 1만여 평에 소 10마리, 벼, 콩, 메밀, 채소, 감(곳감) 등 모든 수확물들이 풍성해 보였다. 이것들을 보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얼마나 많은 손들이 거쳐 저야 하는지를 짐작케 한다.

다섯 번째는 산세 수려하고 물 좋은 곳 ‘예천’을 소개해준 점이다. 두천리를 비롯한 예천이란 곳이 아름다운 고장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백산자락의 울긋불긋한 풍광과 소박한 농촌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인간극장이 방영되고부터 나를 아는 분들을 만나면 으레 `인간극장'을 예기하거나 `예천'을 이야기 한다. 울산의 한 친구는 전화로 “예천에 ‘용궁’ 말고 ‘용문’도 있느냐”며 물어 왔고, 서울의 한 친구는 “부자간의 대화모습이나 언행이 흡사 너와 비슷하다”고 했다.

예천의 전통 말은 느리면서 특이한 데가 있다. 아직도 농사일을 돌보시느냐는 질문에 손 어르신께서 “오래 살라고! 더 마이 살라고 그래(일해)”, 비가 오자 “비 오는 날은 쉬야지! 모 숭굴 때는 비와도 모를 숭구고, 오새는 비 오만 노는 날일쎄!”하셨다.

아들은 아버지가 일하시는데 대해 “저 혼자 하는 것 보고 안 됐으니까 그래 하시는 것 같네요”, 벼를 말리고 나서 비가 오자 “아버지 말을 듣지 않았다면 벼를 다 적술 뿐 했다”고 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아버지의 예측과 일가견을 말하기도 했다.

나도 고향이 예천 지보이고 용궁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5년 전 96세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손악이 어르신과 같은 연배로써 90대 중반까지 형님의 지물포가게에서 자전거로 장판이며 벽지를 배달하시는 등 무척 건강하게 사셨던 분이다.

그래선지 금번 인간극장의 손 어르신을 보고 공감 하는 바가 컸다. 아무튼 금번 인간극장을 통해 실종돼 가는 우리사회의 효 사상에 하나의 기폭제가 되고 좋은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KBS 1TV 일요일 아침 9시에 `산너머 남촌에는' 시즌2가 예천 지보면이 주 무대가 되어 방영되고 있다.

지난 5월20일부터 3년 동안 1백50부작으로 방영된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지상파 유일의 농촌 극이자 KBS의 간판 전원극으로 시청률이 10%대나 된다고 한다. 이런 좋은 드라마의 주 무대가 예천이라니 정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한데도 우리 고장 ‘예천’을 주 무대로 하여 촬영하 고 있는 KBS 방송국 관계자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기왕에 방영된 드라마가 보다 많은 시청 률을 올려 ‘예천’을 알리는데 큰 보탬에 되었으면 한다.

금번 ‘인간극장’에 나오신 손악이 어르신께서 부디 건강하시고 손병우 아드님과 자부께서도 복된 가정이루시기 바랍니다.(hawjung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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