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하키와 비슷한 놀이'
'오늘 날 하키와 비슷한 놀이'
  • 예천신문
  • 승인 2013.02.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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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기'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70)

한해의 벼농사 수확이 끝나고 무논에 물을 말려 운동장과 같은 평평한 공지(空地)가 생기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오늘날 하키와 비슷한 장치기 놀이를 하였다.

우리가 어릴 때에도 한복을 입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 짚신을 신은 채 장치기를 한 기억이 난다.

장치기는 고려 시대와 조선 초에 궁중과 상류 계층에서 ‘격구(擊毬)’라고 불리던 놀이에서 점차 민간으로 흘러들어 널리 보급된 민속놀이다.

격구란 지난날 말을 타고 달리며 작대기로 공을 치던 무예 또는 놀이를 말한다.

장치기의 ‘장’이 막대기를 의미하고 ‘치기’가 친다에서 온 말로 보아 장치기란 명칭은 노는 방법을 그대로 본뜬 데서 유래된 것으로 지방에 따라 공치기, 타구놀이, 장채놀이라고도 한다.

준비물은 주로 소나무로 만들고, 모양은 공을 치기 편리하게 끝을 구부린 ‘짝지(공채)’와 나무의 마디를 둥글게 깎아서 어른 주먹만 하게 만든 짱공(공)이 필요하다.

놀이 방법은 풀밭이나 논바닥, 얼음판 위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수로 편을 갈라 나무 공 등을 긴 막대기(짝지)로 차서 골문이나 상대편 끝 선으로 공을 넣는 것으로 경기 종료 후 누가 더 많이 공을 넣었는가에 따라 승부를 가린다.

좀 더 자세하게 놀이 방법을 설명하면 평지에 직사각형의 선을 긋고 중앙선을 정한 후, 두 패로 나눠 중앙선 가운데서 경기를 시작한다.

중앙선 가운데 오목하게 구멍을 파고 그 구멍에 공을 놓고 두 편이 신호에 따라 서로 쳐서 시작하거나 심판이 공을 위로 똑바로 던져 떨어지는 공을 서로 쳐서 시작한다.

심판이 던지는 공으로 시작되는 것을 ‘웃짱’이라 하고 중앙에 구멍을 파서 시작하는 것을 ‘구멍공, 또는 아래짱’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공 채로 공을 쳐서 상대 편의 끝 선을 많이 넘기거나 골문을 따로 만들어 축구와 같이 문에 공을 많이 넣는 편이 승리한다.

경기 도중 공이 몸에 닿거나 상대편의 공채를 몸으로 막는 행위, 상대편의 몸을 공채로 치려는 행위 등 반칙을 했을 때에는 ‘물레공’을 한다.

물레공은 반칙한 위치에 공을 놓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공을 치는 것을 말한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을 때는 나간 곳에서 공을 굴러주는 ‘굴러공’이나 ‘구멍공'을 하게 한다.

장치기 놀이가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나 옛날에 군사들의 훈련용으로 조정(朝廷) 대신들이 여가선용을 위한 사교용 놀이로도 행해졌다. 또 질병의 예방이나 건강관리로도 활용되었음이 기록에 나타나 있다.

대체로 장치기는 마을의 호수(戶數)가 많은 집성촌(集姓村)에서 이루어졌으며 경기 인원은 원래 제한이 없었으나 보통 11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하고 각자가 공채를 가지며 공은 한 개만 사용한다.

각 팀마다 1명은 문을 지키는 수문장(守門將)이 되고 나머지 전원은 공격과 수비를 맡는다.

공이 골문으로 들어가면 한점을 얻게 되고 양 팀이 협의하에 5점나기 10점나기로 정하고 먼저 난 편이 이긴다.

조상들의 아름다운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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