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품 생산 시스템 강화해야
농산품 생산 시스템 강화해야
  • 예천신문
  • 승인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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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동훈 씨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다, 문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쌀은 시장에서 살 수 있다라고 하는 소리도 들린다. 쌀에다 중요성을 부여하는 그룹들은 쌀맛을 알고 있는 반면, 경제상품이라는 그룹들은 부식이나 외국소재도 맛이 있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드디어 쌀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지난 60년대부터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농공병진이냐, 공업정책이냐 등을 놓고서 조삼모사를 번갈아하다가, 외면적으로는 산업화를 하되 농업도 중시하자는 어정쩡한 타협안이 도출되었다. 당시 쌀 수급은 불균형에 빠져 주로 증산정책에 치중하였다.

결과적으로 풍작이 되면 재고가 더욱 넘치는 아이러니컬 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인근 일본도 농촌문제만은 성역시하여 보호하여 오다가 얼마전 부터 농업개방이라는 외풍 앞에서 농민과 정부, 기업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뉴라운드 출범 합의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 추곡수매가를 4∼5% 인하하라는 건의를 작성하였다. 기존의 농업정책으로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새로운 미증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말 대원군이 고수했던 쇄국정책이 유효할 것인지, 국가권력을 장악한 민비가 추진하였던 개방정책이 바람직할 지, 풀기 어려운 난제임은 틀림없다. 후에 조선이 일본에 병탄된 것이 어느 쪽의 불행한 정책 탓인지 아직까지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뉴라운드에 의하면 2005년부터 의무수입량이 현재 국내소비량의 4%에서 대폭 늘어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 추곡수매량도 당연히 크게 줄여야 한다. 한마디로 농업정책이 보호에서 개방으로 일대 전환되어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농산물시장도 상품시장과 같은 배를 타게 된 것이다.

정부는 미가지지에서 소득보전쪽으로 나가겠다는 의중을 천명했다. 논 직불제 진흥지역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일본은 미작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도 농업보조금을 대폭 상향 지원하는 한편으로 다른 나라에 대해 농업시장 개방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어느 나라든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농업지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농업이 공업보다 비교 열위에 있다는 적나라한 실증인 것이다. 공업부문이 인간의 생존을 유지시켜주는 농업부문과 공존해야 한다는 또다른 하나의 입증이라 할 수 있다.

과잉공급되고 있는 우리의 쌀문제를 제고장 쌀사주기 운동, 더사먹기 운동, 간식으로 쌀음식먹기 운동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기 어렵고 일과성이 될 공산이 크나, 이러한 단기성 운동에도 편승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농업의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농지 규제를 해제하는 등 농업에 관한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하여 줄 것을 관계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농지의 경쟁력은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 대해 농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격노하게 될 것이고, 각종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조직화되고 대형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농민들의 집단 행동은 내년 선거철과 겹치면서 더욱 세차게 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이익단체는 자신들의 이익과 명분을 위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한 합리적인 제안, 시위가 매우 빈번히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다.

공리공론에 치우친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의 제언에 휩쓸리는 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목격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열매 없는 큰소리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확할 수 있고 실속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하며 지지하여야 한다. 농민단체들도 전통적인 대의 명분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자리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벌써 상당수 단체들은 세계화라는 대세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이기 때문에 선진국이지 개도국이 아니다. 농업에 있어서만 개도국이라고 앙탈을 부릴 수 없는 형편이다. 뉴라운드 농업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정부는 입장이 동일한 국가끼리 공동의 보조를 취하여 한국 농업의 발전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농사도 지방마다 특색화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강구하는 가운데 소비자의 니즈에 신속히 발맞추어 농산품을 생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강화하여야 될 것이다. 특히 농산물 연구나 마켓팅에 있어 전문가를 육성하거나 기용하여 이윤극대화에 부응되어야 한다. 아날로그시대의 옛날 사고방식이 디지털시대에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이 아무리 도도하여도 우리가 아껴야 할 것은 쌀을 사랑하는 마음, 농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곳마다 수익성 있는 명품이 출현되어 왔다. 우리 고장에는 활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였기 때문에, 국민들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활고장은 예천이라고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장에서 다시금 원근각지, 국내외에서 선망받는 쌀의 명품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동부초등 졸, 산업연구원,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한국전자상거래학회 이사, 현 EIAK전자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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