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새벽에 잠이 깨어
숨어서 다가오는 너의 소리를 듣는다.
북한산 계곡의 얼음장이 갈라질 때
거기에 화답하는 대동강 풀리는 소리
동장군(冬將軍)이 무장해제를 하고
꽁꽁 언 땅을 녹이며 바스락대는 소리
엄마의 젖가슴처럼 보드라운 흙부스러기를
머리에 이고
개구리 한 마리 팔짝 뛴다.
창가의
산수유도 목련도 기지개를 켤 때
님에게 달려가고픈 그리움에 목이 메어
명주옷 벗어던지고
파릇파릇 새싹 돋는 대지를 향해
목청이 터져라 노래 부르고픈 노년(老年)의 새벽
아, 이 그리움이 모여
황홀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모든 걸 품어주는 봄의 대지, 그 소리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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