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손 호호불며 놀던 놀이'
'추운 날 손 호호불며 놀던 놀이'
  • 예천신문
  • 승인 2013.03.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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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기'

◇ 정희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 (72)

세시풍속(歲時風俗)은 계절과 달(月)에 맞추어 반복되는 생활문화이다.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그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세시풍속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되고 있다. 지금 생활에 큰 의미가 없는 것은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형태로 바뀌기도 하며 전혀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놀이기구가 없었고 넓은 광장도 부족하여 농한기를 이용 작물이 없는 들판이나 마당에서 주로 놀이가 이루어졌다.

추운 날씨 손을 호호 불어가며 흥미롭게 내기하며 놀던 `자치기'도 겨울철에 많이 즐기던 놀이의 하나이다. 도시생활에 젖은 출향인들도 어릴 때 고향땅에서 놀던 일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갈 것이다.

자치기놀이는 우리 농촌에서 아이들이 마당이나 골목 등에서 긴 막대로 짧은 막대를 치며 노는 놀이로 메뚜기치기, 오둑떼기, 막대, 마때라고도 한다.

놀이기구로는 손가락 굵기 막대기를 하나는 길게 하나는 짧게 만든다.

큰 막대(어미자, 채)는 약 40∼50cm, 작은 막대(새끼자, 알)는 약 10∼15cm로 한다.

땅에 구멍(조가비 모양의 홀)을 파고 그곳을 중심으로 지름 70cm쯤 되는 동그라미 또는 직사각형을 그려 집을 만든다.

자치기 놀이는 큰 막대로 작은 막대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지방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경기가 운영된다.

보통 자치기 놀이의 첫 번째 단계는 수비하는 편이 공격자의 집(동그라미)으로부터 5∼6m 떨어진 지점에서 작은 막대를 받을 준비를 한다.

공격 편에서 한 사람씩 나와 집안의 구멍 위에 올려 놓은 작은 막대를 큰 막대로 전방을 향해 힘껏 걷어 젖히고 큰 막대를 구멍 위에 세로로 놓는다.

이 때 공중으로 띄운 작은 막대를 수비 측에서 손으로 받으면 공격자는 아웃 되고 다른 사람이 자치기를 한다. 받지 못하면 떨어진 작은 막대를 한 번 발로 차서 가까이 보낸 다음 집어던지는데 큰 막대를 맞히거나 원 안에 들어가면 공격자는 아웃된다.

금에 물리거나 원 밖으로 나가면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는 꽹과리라고 하여 공격자가 한 손엔 작은 막대, 한손엔 큰 막대를 잡고 있다가 작은 막대를 놓으면서 큰 막대로 쳐내거나 동시에 두 막대를 잡고 작은 막대를 올려 쳐내기도 한다.

요령은 첫 단계와 마찬가지이고 쳐 낸 작은 막대가 떨어진 곳에서 동그라미까지 몇 자(척)를 부를 것인가를 친 자가 부르고 부른 자수가 타당하면 자를 재지 않고 `먹어'라고 하고 지나치게 많이 불렀다고 판단하면 `재'라고 해서 큰 막대로 거리를 하나, 둘, 셋…, 하고 자수를 잰다.

만약 부른 자수에 모자라면 아웃이다. 50자 불렀는데 48자가 나오면 아웃이다. 또한 `막대'라고 하여 쳐 낸 작은 막대를 낙하지점에서 원 안으로 던질 때 못들어 오도록 큰 막대로 쳐내어 거리를 재기도 한다.

이 밖에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작은 막대를 쳐 올려 3회전 이상 시키는 사이 재빨리 빙 돌아서서 쳐 내거나 코방아 방법을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작은 막대를 쳐 올리는 등 응용놀이도 있다.

한편 자치기를 할 때는 담이나 벽을 사이에 두고 구역을 정하거나 작은 막대가 이웃으로 날아가 장독을 부수거나 기물(器物)을 훼손하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을 때는 0점 처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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