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농사, 소원성취 기원'
'풍년농사, 소원성취 기원'
  • 예천신문
  • 승인 2013.03.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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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 태우기'

◇ 정희융 (예천문화원장)
얼마 전 `희망예천 달집태우기 추진위원회' 주관 아래 계사년 정월대보름 행사의 일환으로 예천읍 한천 둔치에서 달집 태우기 행사가 있었다.

`달집 태우기'를 `닭집 태우기'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분이 있기에 시사에 맞지 않으나 살펴보기로 한다.

달집은 달맞이 할 때 불을 질러 밝게 하기 위하여 생솔가지, 짚단, 대나무 등으로 쌓아 집채처럼 만든 나무 무더기이다. 정월 대보름날 달이 밝게 떠오를 때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힌다.

식전 행사로 전통놀이인 연날리기와 풍성한 먹거리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흥을 돋구기도 한다.

달집 태우기의 근본 목적은 농경사회에서 풍년농사를 기원하고 각자의 소원성취를 빌며 액운(厄運)이 멀리 달아나 무탈하게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함이다.

달집의 모양은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몇 개의 막대기를 알맞은 간격으로 세워 꼭대기를 하나로 모아 묶은 다음 한쪽만 틔어놓고 나머지는 이엉이나 짚으로 감싼다. 짚으로만 만들면 금방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소나무 가지 등을 함께 넣는 때도 있다.

음력 정월 대보름까지 만든 달집에 정월 대보름 달이 뜰 때 여러 사람이 달집에 불을 붙인다. 달집을 태우면서 절을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여름철 삼복(三伏) 무더위도 이겨 낼 수 있다고 한다.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르면 그 해 풍년이 들고 잘 타지 않거나 꺼져버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요즈음에야 석유를 끼얹으니 불꺼질 염려도 없어졌다.

달집에는 대나무를 넣어 탈 때 나는 소리가 잡귀(雜鬼)를 내쫓는다고 한다.

달집 태우기를 할 땐 달집을 태우기 전에 즐거움과 흥을 돋우기 위해 풍악대와 사람들이 달집 주위를 맴돌며 달타령을 부르기도 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李太白)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2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십이월에 뜨는 달은 임 그리워 뜨는 달'을 외치며 구성지게 노래 부른다.

대보름날 낮에는 연날리기도 하고 아이들은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기를 한다. 아침에는 귀밝이술과 오곡밥을 지어 먹고 부럼깨기도 한다.

달집에는 지역 실정과 시의(時宜)에 맞게 군민화합,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풍년농사 기원 등의 현수막을 걸기도 하고 개개인들은 `화 내지 않고 가족을 생각하는 아빠가 되어 달라'는 주부의 마음을 달기도 한다. 각자의 말 못 할 사연과 희망, 소원을 기원한다.

수많은 인파가 즐거워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며 소소한 행복을 비는 순수한 백성의 마음이 불과 함께 녹아난다.

대보름에는 다양한 속설(俗說)이 있어 땅에 놓인 다리밟기 놀이를 하면 사람다리도 튼튼해 진다고 하였고, 집집마다 들려 지신(地神) 밟기 풍습도 있다.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액막이 연(鳶)도 날려 보냈다고 한다.

풍농(豊農)을 기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고 정월은 `노달기'라 하여 휴식을 취하면서 농기구 수리 등 농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였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전후해서 `더위팔기, 찰밥 얻어먹기, 개보름쇠기, 달점(月占), 콩점치기, 줄다리기 등의 행사도 함께 이뤄졌다.

세상이 변했어도 아름다운 전통 세시풍속 문화는 오래 보전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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