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기본경전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인 `대학'에는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을 살펴보면 자신을 닦고 집안을 정제한 후 나라를 다스리고 그 다음 천하를 평정한다는 것으로, 고대로부터 가정의 중요성은 역설되어 왔다. 위 구절 하나로도 가정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는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열 가정 중 여섯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 신고·상담이 5년새 2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 됬다. 하루가 다르게 가정폭력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갈수록 흉포화되고 강력범죄화되는 가정폭력은 더 이상 한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가정폭력은 곧 제2, 제3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또 다른 폭력이나 범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익히 알려진 중요강력범죄 피의자들은 대부분 성장과정에서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받았고 그 경험이 범죄로 이어진 경우이다.
학교폭력 또한 그 원인을 가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정폭력 노출경험은 학교폭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 그 영향은 고스란히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미치고, 학교폭력의 가·피해자 되기도 하거니와 가출청소년의 문제를 양상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그 파급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의 당사자가 모두 가족구성원이어서,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자녀생각 등의 이유로 그저 가정 내 사건으로 생각하고, 단순한 부부싸움 정도로 여겨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재범률은 증가하고, 그렇게 우리 사회가 방관하던 사이 가정폭력의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경찰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에 대한 재범을 막기 위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도의 개선으로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 개입이 가능해졌고 가정폭력전담경찰관 혹은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상담 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과 병원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가적폭력 범죄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내실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가정폭력은 단순한 가정사가 아닌 폭력의 일종으로 엄연한 범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하고, 특히 가해자가 가족구성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묵인되서는 안된다. 건물을 지을 때에도 그 기초가 튼튼해야 건실한 건물이 되는 만큼, 한 사회가 건실하려면 그 근본적 조직체인 가정이 튼튼해야 한다.
가정의 화목은 모든 일을 크게 성취하는 하나의 주춧돌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가화만사성이라는 옛말이 실현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