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의 교훈-경북도청 이전을 앞두고
세종청사의 교훈-경북도청 이전을 앞두고
  • 예천신문
  • 승인 2013.05.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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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정하웅(기획재정부 전문위원)

세종청사의 교훈-경북도청 이전을 앞두고
개심광장// 정하웅(용궁면 출생*기획재정부 전문위원)

 

▲정하웅(용궁면 출생) 기획재정부 전문위원
작년 12월 중순 과천청사에서 세종청사로 이사 간지 어느 듯 반년이 돼간다.

당시만 해도 세종청사 주변은 온통 아파트기초공사관계로 갖가지 장비들과 파헤쳐진 흙더미들로 어수선했고, 추운날씨와 잦은 눈으로 인해  분위기마저 삭막했다. 봄이 되면서 청사 주변의 터파기 공사하던 아파트들도 이젠 20∼30층 높이로 제 모습들을 찾아가면서 외롭던 청사를 한층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다.

일찍 이사를 한 탓에 공무원들의 겨울나기는 무척 힘이 들었다. 새벽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엄동설한 찬바람에 방한자켓 후드를 눌러쓰고 07시 전후출발 시간에 맞춰 셔틀버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138Km(345리)의 먼 길을 쉽고 편하게 가기위해서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가 있긴 하나 출근 시간에 맞춰 가기란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출발합니다. 안전벨트 메십시오.” 기사님 말이 떨어지자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새벽 상하행선의 도로는 온갖 오가는 차들로 줄을 잇는다. 겨울엔 평택을 지나야 먼동이 튼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라고 소등을 해 주시는 고마운 기사님. 눈 감으면 잠은 오지 않고 온갖 상념만 떠오른다.

박정희 대통령 께서 고속도로건설을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왜 세종청사를 계획했을까 등 쓸데없는 공상들이다. 천안을 지나 또 다른 천안논산고 속도로로 접어들고 또 한참을 달려 공주 밤으로 이름난 정안IC를 빠져 나와서도 신설된 국도를 따라 20여분을 더 달린다. 청사에 도착하면 08시 반 전후가 된다.

뱀처럼 모양을 한 긴 청사엔 구부러진 마디마다 1개 부처씩 총 6개 부처(국무 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사를 하고 한참이 지나도록 소속된 청사와 사무실을 찾는 데 여간 어려움이 많지 않았다. 내부에는 더 많은 미로들이 있다. 최근 들어 청사건물 상단에 동호수표시를 해 놓음으로서 찾는데 한결 수월해 졌다.

내가 다니고 있는 기획재정부 「예산낭비신고센터」는 과거 경제기획원예산실 출신 70세 전후되신 분들이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은 전국에서 ‘국민신문고’등을 통해 들어온 예산낭비신고 건들에 대해 전문가 입장 에서 예산낭비여부를 판단하고 그 의견을 해당과에 제시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청사이전에 따라 전문위원들에게도 안락한 공간이 주어졌다. 각자의 책상 위엔 컴퓨터며 전화기가 주어있고, 공용의 TV, 복사기, 팩스, 컬러프린터, 세단기, 공기청정기, 냉장고, 생수기 등 각종 전기전자제품들이 사무실분위기를 한층 밝게 해 주고 있다. 40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나서 다시 8년간의 정부청사를 드나든 나에겐 세종청사가 24째인 것 같다. 과거의 사무실은 공간이 좁고 불결하거나 소음도 컸었고, 춥고 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종청사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넓고 특색 있게 배치된 공간이며, 헬스 장, 의료 실과 약국, 우체국, 금융기관, 할인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하여 온갖 화초와 조경수들로 꾸며진 옥상의 산책코스 등이 2만 불 시대에 걸 맞는 명품 청사임에 틀림이 없다.

퇴근시간이 돼오면 6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위해 부랴부랴 서류들을 챙기 고 사무실을 나서야 한다. 새벽에 달려온 수십 대의 차들이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 있다. 기사들도 대기실에서 머문다고 한다. 겨울엔 해가 짧아 날이 어두워져야 출발을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는 않다. 퇴근 길 역시 아침에 왔던 길을 따라 달린다.

다행히 버스전용차선이 있어 저녁 8시 전후가 되면 출발했던 지점에 도착된다.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나는 괜찮지만 매일 다니는 공무원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해 본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이전대상기관이 잘 못 선정되었다는 얘기다. 과천청사로 들어가는 기관들이 세종청사로 오면 될 것을 이중 삼중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또 이전 시기도 맞지 않았다고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조직이 개편된 뒤에 이전을 해도 늦지 않은데 왜 추운겨울 그것도 연말에 임박해서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난번 조직개편에 해당된 부서가 이사 온지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짐을 싸야 했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공사가 마무리되고 시민들도 어느 정도 거주하는 상태에서 청사를 이전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시민들이 있고 관청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반대인 것 같다. 청사에서 사방을 둘러 봐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는 단 한 채도 없다. 그 넓은 허허 벌판에 5천여 명의 공무원만 왔다 갔다 하는 꼴이 돼 있다. 환경이 이런데 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해 본다.

조기 이전으로 생긴 문제점은 또 있다. 청사주변에 입주할 주택이 없는 관계로 일단은 몇 십리 떨어진 조치원과 오송 등지로 가야되고, 그곳들도 집세가 비싸 목돈 마련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이사를 가지 않게 되면 하루 일과 16시간 중 1/4인 4시간을 차속에서 보내야하고, 서울로의 잦은 출장 등 행정의 비효율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 정부시절 세종청사이전문제로 정치권에서 얼마나 말이 많았던가. 이제 예견됐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떻던 세종청사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저질러 진 일은 지금 되돌릴 수 없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하면 행정의 비효율성을 효율성으로 끌어 올리느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세종 시와 시민들, 그리고 해당공무원들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만 한다. 과천청사와 대전청사처럼 시간을 두고 “이것이 내 집이다” 생각하면서 다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게 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부청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백년대개를 내다보는 세종청사의 서막이 비록 순탄치는 않지만 희망의 빛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에 확정된 ‘경북도청이전신도시계획’에 의하면 경상북도는 2027년까지 3단계에 걸쳐 2조3천억 원을 투입하여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인근 10.966㎢에 인구 10만명(4만 세대)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돼 있다. 그중 1단계사업이 2014년까지 도청, 도의회, 도교육청, 경북지방경찰청이 들어서는 인구 2만5천명 규모의 행정타운건설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당청사들은  2014년 6월까지 이전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계획이라면 이곳 역시 세종청사처럼 시민 없는 청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제 남은 기간이 만 1년, 매우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대구∼예천간의 거리 역시 100Km이상이나 떨어진 먼 거리다. 세종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해당 공무원과 270여만 명의 도민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불편이 없는 이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이전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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