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실을 빌려 드립니다
방송실을 빌려 드립니다
  • 예천신문
  • 승인 2013.06.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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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정창식 대구지검 상주지청 사건계장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했다. 그리고 평상시처럼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노래 뒤에 이어지는 목소리가 생소했다. 처음 듣는 세련되면서 깔끔한 여자 목소리였다. 누구일까. 목소리의 톤이 단정하면서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문 아나운서처럼 말이다.

  “농어촌공사 상주지사에서 왔다는데, 아주 잘 하는데요.”

  함께 듣고 있던 직원이 하는 말이었다. 그랬다. 그녀는 음악이 끝나는 중간에 자신이 근무하는 농어촌공사에 대한 멘트를 곁들였다. 그리고 오늘 같은 단오 날에는, 옛 농부들이 하루를 즐기기 위해 모내기를 빨리 끝내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모두들 끄덕이면서 음악을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곡(曲)도 좋았다. 밝은 듯 서정적인 음색이 신선하였다. 누군가 가수 윤건의 ‘라떼처럼’ 이라고 했다. 음악이 끝나갈 무렵, 일어서 자켓을 입었다. 오늘의 음악 DJ가 누구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방송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뜻밖에도 지청장이 있었다.

  “DJ 분의 목소리와 음악이 너무 좋아 인사하러 왔습니다.”

  지청장은 웃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의 음악 DJ와 다른 공사 직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우리 청은 매일 아침마다 음악방송을 운영해 오고 있다. ‘감고을’ 음악카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클래식과 오페라, 월드뮤직과 가요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4∼5명이 방송팀을 이루고 일부 검사와 직원들이 틈틈이 참여하고 있다. 새해를 여는 시무식에서는 영국의 에드워드 엘가가 지은 ‘위풍당당행진곡’이 대회의실에서 장중하게 울러 퍼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지도방문을 온 고검장도 일일 음악 DJ를 맡아 직원들의 관심을 받았다.

  총감독이기도 한 지청장은 최근, 색다른 제안을 하였다. 음악방송팀원들을 격려하면서, 외부기관과 단체들에 ‘감고을’ 음악카페를 개방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지역에는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지를 못한다. 그들 또한 우리 검찰에 대하여 잘 모를 것이다. 서로 소통이 이루어질 통로가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게 되면, 어떤 일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함께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그것은 개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청장이 하고자 하는 음악방송의 개방은 어느 일방의 전달과 수용이 아니라 소통(疏通)을 위한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은 소통이 화두가 되는 시대이다. 하지만 그 소통이 대화로만 된다면 단조롭고 형식적이 될 수 있다. 지금 음악방송의 주된 소재는 음악이다. 대화는 음악이며 그 가운데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전달된다. 이로써 하루가 즐겁게 시작된다.

  “이제는 아침에 음악이 들리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거 같아요.”

  며칠 전, 등산을 함께 했던 직원의 말이었다. 어쩌면, 하루를 음악으로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업무효율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의 가치는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주에 근무했던 지청장님들께도 일일 DJ를 부탁하고, 상주, 문경, 예천에 있는 모든 기관, 회사, 동호회 등에도 원하면 방송실을 빌려줄 생각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감고을’ 음악카페의 총감독인 지청장은 누구보다 음악방송의 효용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공사 본부에도 매일 아침 홍보실에서 음악방송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청장의 부탁으로 오늘 하루 DJ를 맡은 공사 여직원도, 이미 매일 아침 듣는 음악의 기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항상 청사 옆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지나치기만 했던 공사(公社)의 건물이 내일부터는 친근하게 다가올 듯했다. 더구나, 음악으로써 알게 된 인연임에야.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우리 지역의 기관 및 단체 여러분들에게 ‘방송실을 빌려드립니다.’라고 기쁘게 말씀 드린다. 더하여, 음악 DJ가 되어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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