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오년(望鄕五年)
망향오년(望鄕五年)
  • 예천신문
  • 승인 2016.11.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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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권혁일 ·전 예천군 약사회장 ·경기도 광주시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맥아더 원수는 퇴역 후 미국 의회의 고별인사에서 "노병은 안개처럼 살아질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옛 시조에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구절이 있다.

 흘러간 옛 노래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큰 것 같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을 "인생은 짧고 예천망향은 길다"라고 하고 싶다.

 세상에 고향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에겐 특별히 향수에 젖어 있다.

 환경은 변해도 사람은 달라져도 추억은 그대로 남는다.

 수많은 추억이 머릿속에서 영화필름처럼 돌고 돈다.

 예천을 떠난 지 5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지난 60년이란 허송세월이 되고 말았다.

 오로지 앞길만 바라보고 달린 것이 좀 더 좌우와 뒤편도 살펴야 하는데 너무 고지식한 삶을 살아왔다.

 기나긴 만성화된 고정생활에서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탓으로 발전된 생활을 못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백년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이어오다가 근세에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곧 이어서 지식정보사회로 다시 변하면서 급속한 환경 새로운 경영방식에 적응 못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농경사회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서 새 시대의 흐름에 잘 어울리지 못했다.

 점차 노화현상으로 심신의 활동이 천천히 위축되어 의욕이 줄어들고 느리게 되어 버렸다.

 팔십세를 고비로 계속하던 사업을 정신없이 당황하면서 깨끗이 마무리 정리를 못한 것이 그야말로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의약분업 정책으로 빨리 숙달되지 못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패배한 점, 또 한가지는 오랜 구태의연한 경영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령으로 노화가 시작되어 정확한 판단력과 위기관리 활동력이 부족한 이 두가지가 원인이 되었다.

 불안한 상태에서 괴로워 하는 형편을 확인한 서울에 거주하는 딸 권새영, 사위 이성진 내외가 내려와서 그들의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현재 84세, 82세라는 노구인 부모를 데려가서 지금껏 너무나 지극히 정성어린 봉양으로 안정된 노년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자랑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서 고향 여러분께 깊은 사과말을 올리려고 한다.

 첫째, 떠날 때 사랑하고 도와주던 많은 분들께 일일이 인사 못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둘째, 하늘같이 믿고 도와주던 분들께 고통과 불이익을 입힌 분께 용서를 빌며 충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셋째, 연관된 모든 분들의 자녀 경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또한 하늘나라로 떠난 정든 분들의 조문을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행복이란 따로 없다. 인생의 마무리를 후회없이 병들지 않고 건강한 몸,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깨끗하게 보내는것이란 교훈을 늦게야 깨달았다.

 정들었던 옛 안동 통로 거리를 거닐고 싶다.

 남산 관풍루 오솔길을 거닐고 싶다.

 흑응산을 바라보며 내가 심은 은행나무, 한천 제방길을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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