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예천신문
  • 승인 2017.01.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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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동  ·용문면 출생  ·대창고 23회  ·서울 잠실 거주
 작년 이 무렵, 나는 멀리 인도양을 건너 듣기에도 생소한 검은 대륙 아프리카 남단 모잠비크에서 생애 처음으로 뜨거운 연말연시를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평생 처음, 밤새도록 지루한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그리 멀리 날아갔던 기억은 돌아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주 생생하게 남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달려드는 12월 말의 작열하는 남반구의 태양은 우리나라 8월 말 삼복더위에 버금갔고, 온통 검은 사람들을 보면서 덜컹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왜 사람들 얼굴이 죄다 검은 거야??
 

 내가 정말로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로 오긴 온 건가?
 

 도착하면서 맞은 더운 크리스마스!
 

 내 어린 시절 고향 예천에서, 그리고 군 시절에 잠시 다녔던 교회로….

 크리스마스를 맞으러 그 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마푸토의 한국인교회를 찾아갔다.

 너무나 반가운 것은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검지 않은 나와 같은 황인종이였고,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한국 사람들이였다.

 한국말로 인사하고, 한국 이야기를 하고,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 이게 나에게 있어 한국의 의미구나!

 그곳 교회에서 내 시선을 유독 끈 것은 젊은이들이였다.

 한국에서 듣기만 했던, 코이카, 굿네이버스 등에 소속된 젊은이 들이 아프리카의 오지인 모잠비크까지 와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놀랍다. 이 먼 곳까지 온 우리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젊은이들의 무한한 생각에 내가 미치지 못함이였다.

 대체로 사람들과 얼마간 이야기를 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대체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건가를 유추해서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데, 도데체 이 젊은 친구들은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에 어떻게 될 건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않았다.

 그들은 몇 년 동안이나 모잠비크의 주변국인 케냐, 이디오피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이곳 저곳의 아프리카 오지를 다니며 봉사해 왔던 터라 어려움에 대한 내성이 아주 강했고, 봉사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 우리나라에 평화봉사단으로 왔다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스티븐스라는 여자대사가 생각났다. UN 반기문 사무총장의 얼굴이, 말레이시아에서 맨주먹으로 도전해 성공한 권병하 재경예천군민회장님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그런데 난? 난 어떤가? 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지?

 저 젊은 친구들은 이 먼 아프리카까지 와서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고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고 온 몸으로 실천 하고 있는데, 오십여년을 넘게 살아온 나는?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왔던가?

 그동안 난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왔고, 기껏해야 내 부모,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던가?

 너무나 이기적이고, 고지식하고, 아집에 뭉쳐 혼자만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참 부끄러운 일이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런데 봉사란 무엇인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하는 것이 봉사가 아니던가?
 

 적어도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타인과 같이 공감하고 같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던가?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아무 이해 관계나 타산없이 그저 타인을 위하는 마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손길….

 그래, 나도 이제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보자.

 2017년 밝은 새해와 함께 마음을 펴고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자

 나를 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다가가서, 내 손길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해 몸을 움직여보자.

 비록 지금 너무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거창한 건 아닐지라도, 차곡차곡, 한발 한발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면 먼 훗날 내가 걸어온 발자국도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지 않겠는가?

 지금이나마 철들어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으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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