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日辰)'
'일진(日辰)'
  • 예천신문
  • 승인 2019.03.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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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용 훈·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예천군협의회 부회장
◇ 도 용 훈·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예천군협의회 부회장

며칠 전, 누군가 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나는 아내라고 생각하며 쳐다 보지도 않고 계속 컴퓨터를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의 부탁으로 서류 두고 간다는 젊은 여성 목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그 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 나갔습니다. 참 난감했습니다.

지금은 크게 믿을 게 못되지만 예전에는 달력에 적혀 있는 그 날의 일진을 중심으로 운수를 풀이하곤 했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의 사주팔자에 대운, 세운, 월운, 일운이라는 다양한 공이 수시로 날아와 운수를 만든다는  뜻이지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여성을 갑자기 날아든 배구공 일진으로 생각했습니다. 비록 당황스럽기는 해도 큰 상처는 없는…, 그렇지만 배구공도 축구공, 야구공 되어 다시 날아올 수 있기에 아내에게 대신 사과해 줄 것을 부탁하고 더욱 신중해야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난 새해 초, 이웃 분들이 우리 군의회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곤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나는 다 일진 탓으로, 야구공에 맞은 상처가 덧나고 또 다시 골프공에 세게 맞은 격(格)이라고 말해 모두 웃었습니다.

김학동 군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기에 '세월이 약'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나는 법학을 전공했고, 또 미국지사 근무시절 뉴욕지역장을 지냈기에 사건이 대충 그려지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진정' 사과하고, 서로 반성하는 모습이 모두에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는 이번 일로, 주민소환제에는 반대합니다. 군민의 실망과 배신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추진도 어렵고, 실패하면 그 휴유증이 매우 클 것이라 우려하기 때문이지요.
또 성공하면 의원, 가족들 다 상하게 하는 일인데 이웃인 우리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TV에서, 주변에서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튜브 상의 어느 도사께서, 성경은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가 있었기에 세상 최고의 가치를 갖게 되었다며 유다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나는 가톨릭이기에, 그 상상력에 놀라워 하면서도 유다없는 성경은 앙꼬없는 찐빵맛이겠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면서, 성경의 '부활'의미도 어쩌면 골프공에  맞아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우리 예천의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마침, 이번 기회에 군민 모두 공부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군수, 국회의원, 의원들은 '공인'으로서 일 할 수  있도록 감독, 응원해야 되겠지요. TV에서 본 군민의 대 국민 사과는 예천의 품격을 높여 주는 참  '좋은 공부'였습니다.

사회 지도층에서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미제스푼( US spoon, 큰 숟가락 )넣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일은 삼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안 그러면 또 다시 큰 사고납니다. 우리는 현재 삼만불 시대의 선진국 대열이 아닌가요?
조금 전 예천신문에서 우리 군이 축구종합센터 유치 8강에 들었다는 희망찬 소식을 보았습니다.
자축하면서, 군 의회사건도 우리 예천의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군민 모두 공(Ball) 조심하시고, 부디 좋은 하루, 좋은 일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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