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267
기사번호: 267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목1 : 가을의 문턱
호수번호 : 6105
내용 : 매미 껍데기 못벗긴 쌉쌀한 계절/코스모스 꽃물 찢으며/낮은 대지위로/가을이/누른 열병으로 산천을 흔들고

초코렛 빛 그림자 드리우며/빨간 해는/샛붉게 타고/그 토양 아래서/황토 흙물 뒤집고/뭇 벌레 꾸물 아우성 친다

강이 누렇게 채색 띄우면/동녘 하늘에 뭉게 구름 몰고/소 몰던 목동도 흔적이 뜸하고/갈대 풀꽃은 야생마처럼 깃털 세운 채/들판의 수문장 왕초된 할아버지

빙어 팔딱 팔딱이는 낙동강 가/사리 초강 반짝이는 사금 섞인 금모래 밭/파도 실은 냇물이/여울물 빨라지는 한천 굽도리 바위 위에 조그만 고개 숙인 들국화 가냘피 떨고/물도 풀도 공기도/싯누렇게 바랜 숨을 팔딱인다.

시월은 원색을 탄성하는 낙엽/방구들 없는 들 가랑잎은 불타는 열애를 하며/입술을 가쁘게 깊이/꽃잎 졸졸 핥으며/마지막 없는 재회의/담쟁이 덩쿨 같은 키스를 한다.

포플러 잎새 사이사이/진하게 들려오는/투명한 가을의 풀독 사그러진 외로운 발자욱

밤별 낙엽/아름 안고 화롯불처럼 타오르는/나의 찢겨진 가슴 상처/져가는 그들을 창가에 기대어/눈물로 헤아리고 싶다.

뜨락속 귀뚜라미 울음의 음율은 밤달 떨구고/앞산 뒷산 오가는 까치는/내마음의 징검다리를 놓고/갈색 단풍 펼쳐 수묵으로/아니 못잊을 이름을 아롱새겨/비둘기 날개 접목하여/미지의 세계로 날개짓 하고프다

땅이 죽어도/마른 줄기까지 몸 풀어 벌리게 하고/설키고 얼킨 매듭/예쁜 젖가슴 꽃봉오리처럼 승화시켜

눈꽃비 휘날리는/갈대잎으로 초가집 짓고/갈대문 열어 수술머리 닮은 잎새 세포 알갱이 암수 꼭꼭 장작더미 불씨 거둔다.

<김란옥 씨. 유천면 연천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