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문구점에 농사, 밤에는 학교 경비까지
낮에는 문구점에 농사, 밤에는 학교 경비까지
  • 예천신문
  • 승인 2019.05.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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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면 가리 대성상회 이성우 할아버지
본래 문구점이었다가 생필품 취급
45년 동안 주민, 학생들과 동고동락

◎우리동네 장수가게

유천면 가리 '대성 상회'는 이성우(86) 할아버지가 197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곳은 원래 '대성 문구사'였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운영하기 힘들어져 지난 2017년 상회로 바꿔 과자, 라면, 술, 음료수, 생필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성우 할아버지는 원래 문경 산북면 지내리에서 태어났다. 20살 때 유천으로 장가를 들게 되었고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다.

유천면 매산 2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마흔다섯 살이 되던 해 갑자기 동네에 공군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가리로 이사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구점을 열었다.

유천초·중학교 학생들이 한창 많을 때는 근방에만 문구사가 5군데 더 있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차가 거의 없어 개포·유천 사는 학생들이 집에서 학교까지 먼 거리를 걸어서 등교했다.

이 할아버지는 문구 용품을 사기 위해 품목을 하나하나 적어 대구까지 가서 주문했다. 그 뒤 지금은 폐역이 된 가동역으로 물건이 배달되면 받아서 가게로 가져왔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문을 열면 어느새 가게 안은 학생들로 붐볐고 밖에서 줄을 서며 기다릴 정도였다.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어느 날 친구랑 싸웠는지 한 학생이 찾아와 자기 친구가 몰래 가게 물건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결국 그 친구는 찾아와서 죄송하다며 사과한 뒤 돈은 드릴 테니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에 부쳐달라고 말했다.

이성우 할아버지는 "그럼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약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철없는 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편 인구 감소로 인해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들어 근처에 있던 유천중학교도 결국 문을 닫았다. 또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핛학생들은 손쉽게 학용품을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에는 걸어다녔기 때문에 지나가면서 한 번씩 들렸지만 지금은 통학버스를 타고 다녀문구점을 들리지 않게 됐다.

가끔 고향을 들린 이들이 이 성우 할아버지를 만나면 어릴 적 얘기를 하며 매우 반가워한다.

이성우 할아버지는 "그때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바글바글했지. 등하교 시간만 되면 줄이 엄청 길어 안전하게 도로를 지나갈 수 있게 차량을 통제해야 했어. 낮에는 문구점 하면서 농사를 지었고 밤에는 학교에서 숙직하며 시설관리 및 경비도 했지. 그 당시 생각하면 세월 참 빨라"라고 말했다.

현재 가리에서 부인 박균심(84) 씨와 살고 있으며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주소: 경북 예천군 유천면 유용로 27/ △전화:054-653-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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