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양면 권재섭 씨 '요양보호사로 인생2막 행복하게'
풍양면 권재섭 씨 '요양보호사로 인생2막 행복하게'
  • 예천신문
  • 승인 2020.01.0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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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양면 삼강리 권재섭(68·용문초 40회) 씨. 그는 요양보호사로서 인생 2막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
권씨는 본래 용문면이 고향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상급 학교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거창, 부산, 안양 등 여러 지역을 떠돌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남자는 군대를 마쳐야 사람 구실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그는 보충역 편입 대상자였다. 그러나 학력을 '고졸'로 속여 입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서류 확인 과정에서 발각됐지만, 결국 무전기 정비병으로 34개월 근무한 뒤 전역했다.

그는 한때 옷 장사를 했지만, 부도가 나는 바람에 다시 건설현장 막노동자 생활을 해야 했다.

"딸들이 대학 다닐 때 학비를 제대로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할 때도 금전적으로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이긴 딸들이 항상 대견하고 미안할 뿐이죠."
그는 귀농하면서 고향 용문면 대신 풍양면을 택했다. 고향에 빈손으로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권씨 부부가 풍양면에 정착하기까지 큰딸이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가 인생 2막을 활짝 젖힌 데는 딸들의 힘이 크다. 두 딸의 응원을 받으며 60세에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에 몰두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열 번, 스무 번 다시 들으며 이겨냈다.
그는 중, 고교 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학점은행제를 통해 행정전문학사(사회복지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한 해가 저물 무렵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품에 넣었다.
권씨는 검정고시에 차례로 합격하고, 전문학사 학위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울고 또 울었다고 했다.

"딸들에게 오랫동안 고졸이라고 학력을 속였었는데, 이젠 떳떳합니다. 아내(박후자·66)와 두 딸 덕분에 늦게나마 못 배운 한을 풀었습니다."
그는 평생 처음 이력서를 써내고 늦은 나이에 취업했다. 풍양 연꽃마을에서 2년 가까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마을에서도 인정을 받아 청운1리 노인정 총무, 청운1리 새마을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저처럼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못 한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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