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박서보 화백의 미술세계
기획특집// 박서보 화백의 미술세계
  • 예천신문
  • 승인 2020.09.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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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수신의 도구이자 나를 비우기 위한 행위…"
묘법을 통해 독보적 예술세계 구축 … 추락하지 않는 예술 평생 추구

예천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박서보 화백을 논한다고 하니 떨림과 걱정이 앞선다.
지극히 높고 깊은 분의 사상과 예술세계를 범인의 지식으로 어떻게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다행히 지난 8월 28일 박서보재단과 예천군이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였고 필자는 자랑스런 예천군민의 한 사람이기에 박 화백께서 모든 걸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박서보 화백의 미술세계는 크게 다섯 과정으로 설명하곤 한다.
초창기, 원형질시기, 유전질시기, 초기묘법시기, 그리고 후기 묘법시기이다.
먼저 1950년 중반부터 시작되는 초창기이다.
1954년과 1955년 국전에 입선하였으나 기존 국전의 한계를 인식한 박 화백은 1956년 반국전을 선언하며 뜻을 함께하는 미술가들과 함께 한국판 엥포르멜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시기 작품으로는 '양지' '여인좌상' '닭' 등이 있다.

원형질시기는 1962년∼1966년까지가 해당된다.
1961년 파리 세계청년화가대회에 참석한 후 원형질이라고 부른 연작에서 일상에서 나온 오브제를 태워 화폭위에 쌓아올린 후 다시 팔레트나 나이프로 깎아 내거나 쓸어내리는 방식이다.
작품으로는 원형질 시리즈가 있다.

유전질시기는 1966년∼1970년 사이다. 원형질 시기와는 상반된 기하학적 추상을 보이며 전통적인 오방색을 활용하다가 기하학적 추상에서 벗어나 인체라는 구상성을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했고, 에어스프레이 기법을 활용하여 매끈한 질감의 팝아트적인 색채를 구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작품으로는 유전질 시리즈가 있다.

초기묘법시기는 1967∼1986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아들의 공책 낙서에서 착안한 반복적인 연필 긋기이다.
초기 작품들은 일본 토쿄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 시기에 묘법이란 제명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후기묘법시기는 1982년부터이다. 초기 묘법처럼 선을 긋는 방식이지만 한지가 갖는 침투성과 흡수성으로 인해 작가의 행위와 종이의 물성이 일체화되어 화면 위 마티에르로 드러난다.
2015년부터는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소위 말하는 단색화 열풍이 시작된 시기이다.

박서보 화백은 자신의 미술세계를 이렇게 말한다.
"그림은 나의 수신의 도구이다. 나를 비우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스님이 목탁을 치며 하루 종일 염불하는 것과 같이 내가 무심하게 수없이 반복해서 선을 긋는 것도 그 선과 선 사이의 골을 다스리는 것이다".
손의여행으로 불리는 묘법을 통해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박 화백은 누구와도 닮지 말고 자신만의 공식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좌우명 삼아 변화하면서도 추락하지 않는 예술을 평생에 걸쳐 추구해 왔다.
또한 디지털시대에는 그림이 관객의 스트레스를 빨아들여 편안하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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