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정 유고(鳳山亭 遺稿)의 추억
봉산정 유고(鳳山亭 遺稿)의 추억
  • 예천신문
  • 승인 2020.09.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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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나 안일한 일상에 젖어 엄청난 이변이 일어날 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터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였다.


지난 1월부터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병이 처음 중국 우한지방에서 발생하여 사람과 사람을 통해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지금은 지구를 휩쓸고 있으며, 겉잡을 수 없는 펜데믹(pendemic)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생명을 앗아가는 정체불명의 병균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니, 이 기막힌 사실 앞에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심지어 공포심마저 느껴지는 세상이 비애스럽다.


그래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우울증과 신경성 소화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정서적 갈증과 단절된 대화의 상대가 아쉬워 내 작은 공간에서 가쁜 호흡을 토해 내고 있는 지경이다.


이즘에 문득 수년 전 고향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받은 시조집 '봉산정 유고'가 생각났다.


오랜 장마 가운데 마침 오늘 밤하늘엔 푸른별 하나 반짝이고 하얀 달빛이 도봉산 아랫마을에 반사 되고 있는 고요 속에 잠시 그 옛날 선비들의 회상에 잠겼다.


1934년, 86년 전에 예천읍에서 동쪽 깊숙이 자리 잡은 통명마을에 이 고장의 선비 "김익동' 옹이 아담하고 소박한 정자 봉산정을 세웠다.


이곳에서 고향 근거리 영남 일대 문사(文士)들이 모여 사계(四季)를 맞아 시(詩)를 짓고 읊었다고 한다.


봉산정 뒷산 천지등(天地登) 능선에 대나무와 청송에 이는 바람소리, 황새바위 돌아 흐르는 맑은 물소리, 뜰앞 연못에 연꽃아래 물고기들, 뜨락의 오동나무와 매화 향기에 취하여 각자 시(詩) 한 수를 짓는 모습이 영상으로 떠올라 백여 편의 시를 감상하면서 시 한수를 옮긴다.


시인이 시를 쓸 수 없는 메말라 가는 오늘의 난세에 잠시나마 비켜가고 싶은 심정을 그 시대 시상(詩想)으로 가득 채운 봉산정 문인들의 멋스런 모습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학가산 거북머리 봉산이 밝아/ 작은 정자 이룩하니 진실로 알맞아라/ 작은 오동 섬돌에 둘린 아침/ 햇볕 따스하고 곧은 대나무 자라는/ 통계에 밤기운 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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