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도 세계무형유산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예천에도 세계무형유산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 예천신문
  • 승인 2020.11.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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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지정의 목적은 인류가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전승되어 온 여러 유무형의 것들 가운데 미래에도 전승될만한 상당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산들을 후세에 알리기 위함이다. 이러한 유·무형의 문화재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류에게 예술성, 역사성, 학술성을 인정받아 지정된다. 그중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재는 훼손이나 도난을 방지하며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유형문화재는 유지·보수·관리적 측면이 강조된다.

하지만 무형문화재는 유형과 달리 오늘날에도 어떠한 실존 가치와 의미를 지고 있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무형문화재의 전승이 어려운 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유형문화재처럼 유지·보수라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형문화재의 전승 활동에서는 보다 더 세밀하고 실질적인 상황인식과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예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내세울 만한 무형유산이 별로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예천지역에도 상당히 가치 있는 무형의 문화재가 존재한다. 예천지역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예천통명농요를 비롯하여 공처농요(경북무형문화재 제10호), 예천아리랑, 예천농악, 상여소리 등이 다양한 무형유산들이 전승되고 있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이 2012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20년 올해엔 탈춤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안동탈춤, 봉산탈춤, 은율탈춤 등과 함께 예천지역의 탈놀이인 '청단놀음'이 함께 지정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2012년 한국의 아리랑을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당시에도 각 지역의 아리랑을 수집·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정선아리랑, 전라도 진도아리랑, 경남의 밀양아리랑과 함께 예천아리랑이 수록되어 음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예천은 이미 2개의 세계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세계무형유산에 관한 심사는 2년에 한 번 공모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2년에는 우리나라의 고유하고 대표적인 음식들 가운데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장문화가 지정될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24년에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앞다퉈 각 지자체와 관련 종목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종목 가운데 농요도 포함이 된다. 이번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 충남 홍성에서는 전국 농요 단체들의 연합회인 전국두레소리보존회가 농요의 세계유산지정을 위한 총회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국가무형문화재인 3개 단체를 비롯해 총 30개가 넘는 농요보존회가 존재한다.

이들 단체는 오래전부터 농요의 세계유산지정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국 농요 단체연합회인 '전국두레소리보존회'의 중심지가 예천이란 점이다.

이 단체의 시작은 예천통명농요의 주도하에 출범되었다. 그리하여 전국의 농요 단체들이 모여 전승을 위한 각종 공연 및 교류협력사업, 학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에서 예천의 농요 특히 예천통명농요의 위상과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 예로 전국 농요 단체의 연합인 전국두레소리보존회의 주소지도 예천통명농요전수교육관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2024년 농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다면 예천의 농요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일노래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단지 농요가 흘러간 농민들의 기억 속 옛노래가 아닌 농경체험과 교육, 관광축제, 문화예술교육 등으로 활용 가능한 미래자원과 가치로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발 빠른 몇몇 지자체에서는 전승 활동을 하는 농요 단체에 적극적인 행정협조와 재정적 지원을 하며 자신들의 농요를 한국 농요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예천 상황은 농요 단체의 자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협조는 아쉬운 실정이다.

예천의 무형문화재는 몇몇 전승자들과 보존단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전승 주체인 동시에 함께 가꾸고 이어 가야 할 소중한 지역유산이다. 그리고 무형문화재가 몇몇 전승자들의 사명감과 의지만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엔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농요의 세계유산 지정을 위한 노력에 보존단체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을 비롯한 관련 문화예술단체와 관심 있는 지역주민들이 합심하여 함께 나서야 한다.

곡식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농사가 잘되려면 좋은 품질의 씨앗도 중요하지만 그 씨앗이 잘 자라기 위해 밑바탕이 되는 비옥한 토양과 생육에 알맞은 기후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그중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좋은 결실을 맺기가 힘들어진다. 농사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무형유산들도 그러하다. 무형문화재도 예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관심과 성원을 갖고 어떻게 가꾸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예천의 아리랑, 청단놀음, 농요와 같은 무형유산의 씨앗이 세계의 유산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기억 속으로 잊힌 채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는 예천 무형유산의 씨앗을 세계인류의 유산으로 잘 자라게 할 준비를 성실히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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