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아름다움, 스스로 녹아 없어지며 예술로 승화'
'기묘한 아름다움, 스스로 녹아 없어지며 예술로 승화'
  • 예천신문
  • 승인 2021.01.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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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신문이 만난 사람// 얼음조각가 정해철(용문면) 씨
호텔 30여 년 근무, 퇴직 후 고향 정착 각종 행사 때 얼음작품으로 분위기 업
요즘은 조경 분야와 예천에 큰 관심

 

▲정해철 씨는 2009년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2020년 마지막 날. 얼음조각가로 알려진 정해철 씨를 만난 곳은 햇볕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용문면 나주 정씨 문중 종택이다.

정해철 씨는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 30여 년 근무하며 세계 각국의 정상이 모이는 자리에서부터 남북회담, 일반인들의 축하연이나 피로연까지, 크고 작은 모든 행사에서 얼음조각으로 자리를 빛내주던 얼음조각가다.

길어야 며칠만 존재하다 사라지는 얼음을 조각했던 정해철 씨는 퇴직 후 고향 예천으로 내려와 마루며 기와, 문까지 9개월에 걸쳐 하나하나 갈고 닦아가면서 긴 세월을 아름답게 품은 고택을 지켜내고 있었다.

고택처럼 보존되어야 할 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는 작가의 말에 얼음을 조각하는 일에 관해 물었다.

"지금까지 수 천 점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남아 있는 것은 당연히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물로 돌아갔죠. 아쉽습니다. 하지만 사라지는 작품보다는 늘 다음에 만들 작품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신이 났었습니다."

정해철 씨가 얼음조각이 생소하던 1980년대 초, 보다 많은 사람이 얼음 조각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서울 종묘공원에서 했던 첫 전시회부터, 우리나라에는 없던 겨울축제를 기획하고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작품을 만들던 때를 말하는 순간에는 그때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눈사람만 봐도 재밌고 좋은데 얼음으로 만든 거대한 작품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신나고 즐겁겠습니까?"

해보지 않은 일을 하자는 그의 계획이 성사되기까지는 긴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얼음조각 전시와 축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때부터 해마다 강원도에는 겨울축제가 열리게 되었고 정해철 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자랑스러운 한국인상'과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향 예천은 겨울축제가 열리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날도 따뜻하고 눈이 없어서 작품 활동에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얼음조각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인 데다 기온도 따뜻한 편이라 이곳에서 얼음 조각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꼭 얼음이 아니어도 작품 활동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짚이나 나뭇가지 혹은 버려지는 재료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의 틀만 바꾸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제한은 문제 삼지 않고 얼음조각가라는 타이틀에도 묶여있지 않는 모습이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해 보지 않은 분야라도 감상하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도전의 첫 걸음은 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요즘 새로 도전하는 분야는 조경이다. 조경수를 심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말에 베르사이유 궁전을 찾아가 볼 정도로 공부의 깊이와 열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요즘 정해철씨 의 가장 큰 관심은 의외로 고향 예천이다.

"고향이 좋아 돌아오긴 했지만 어린 시절 떠나 도시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예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예천 이곳저곳을 매일 둘러보고 있다는 말에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의 예술의 힘은 소소한 일상을 대하는 애정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설레던 정해철 작가처럼 그가 만들어갈 또 다른 내일이 기대되는 설레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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