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광장// '예천박물관 재개관에 거는 희망'
개심광장// '예천박물관 재개관에 거는 희망'
  • 예천신문
  • 승인 2021.02.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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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기(전 국립민속박물관장)
천진기(전 국립민속박물관장)

"예천 거기 갔어?", "예천에서 그거 봤어?", "예천에 그거랑 찍었어?", " 예천에서 이거 먹어봤어?"
요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는 '핫 플레이스, 맛있는 음식,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예천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선 검색창에 '예천 가 볼만한 곳'을 치고, 다음은 '예천 맛집'을 십중팔구는 검색할 것이다.
트롯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곳이 예천이다. '회룡포'와 '막걸리 한 잔'이 트롯가요계의 대세이다.
회룡포가 위치한 예천, 막걸리 한 잔의 영탁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있다.
예천 용궁 회룡포에 들렀다가 영탁막걸리와 용궁순대를 먹고 회룡포와 막걸리 한 잔을 간들어지게 불러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예천에 와서 한방에 보고 찍고 먹고 부를 수 있다.
최근 예천을 알리는 최고의 홍보거리다.

예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도 검색창을 찾아 보았다. 회룡포, 초간정, 삼강주막, 천문우주센터, 곤충생태원, 용문사, 석송령, 육회, 용궁순대, 묵밥, 영탁막걸리, 활의 고장, 통명농요, 청단놀음… 등등이다. 참 좋은 것이 많다.
우리는 보통 오래된 물건과 고루한 생각을 박물관으로 보내라고 한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평생을 일해 온 저로서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박물관은 죽은 물건을 가져다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문화의 자궁이다'라고 강조하셨다.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면 박물관으로 가라고 했다. 필자는 타 지역 박물관에서 바삐 살다가 최근 경상북도로 돌아와 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자연히 지역의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천박물관이 임시개관하고, 보물 268점으로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라는 언론 기사를 접하고 직접 다녀왔다. 그 기사가 사실이었다. 작지만 큰 박물관이었다.
예천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검색창에서 찾을 수 있는 예천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예천의 자연, 역사와 문화를 촘촘하고 알차게 담았고, 거기에 재미도 더했다. 박물관을 한번 보고 예천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이 단번에 바뀌었고, 깊이 있고 품격 높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예천으로 다시 알게 되었고 느끼고 왔다. 앞으로 예천 사람들은 박물관을 통해 예천 사람으로서 자존감과 자긍심, 정체성을 느낄 것이다. 예천을 박물관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예천박물관은 예천의 품격과 자존심이다.
전시를 보고 난 후 그간 예천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의 깊은 고뇌와 수고로움이 전해져 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예천의 역사와 문화를 꿰고, 갈래짓고, 알고, 찾고, 가꾸어야 한다.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그 중심이 되고 주인공이 되는 핵심에는'예천의 역사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 박물관이 그 일을 맡아서 할 것이다.
보통 박물관이 개관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물관 개관은 작은 시작일 뿐이다. 박물관은 끊임없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스스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박물관은 그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곳에서 벗어나, 변화와 변신이 요구되는 새로운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천박물관은 예천의 과거이고 현재이고 미래이다. 성공한 예천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박물관 운영조직을 독립시키고 위상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학예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천박물관은 회룡포, 막걸리 한 잔의 영탁막걸리처럼 예천을 알리는 최고의 문화컨텐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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