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韓屋)은 정교함의 극치, 기다림과 인내 필요
한옥(韓屋)은 정교함의 극치, 기다림과 인내 필요
  • 예천신문
  • 승인 2021.02.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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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능보유자 한식목공 권경섭(용문면) 씨
눈썰미 좋아 어릴 때부터 목수 아버지 어깨 너머로 배워
용문면 회룡대, 감천면 수락대, 호명면 호국암 등 건축
1988년부터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는 문화재 기능보유자 한식목공 1547호 권경섭 씨. 그는 "일이 힘들고 보수도 적어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했다.
1988년부터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는 문화재 기능보유자 한식목공 1547호 권경섭 씨. 그는 "일이 힘들고 보수도 적어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했다.

50년을 한 가지 일에 빠져 살면 어떤 경지가 될까?
목수 경력 50년이라는 권경섭 씨를 만나러 가며, 거친 피부, 깊고 굵게 패인 주름에 걸걸한 목소리, 고집스러운 눈빛을 상상했는데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곱게 느껴질까, 50년 경력의 목수라는 말이 거짓말 같다.

권경섭 씨는 문화재 기능보유자 한식 목공 1547호로, 한옥을 지을 때 석공, 미장, 와공, 목수들을 아울러 작업을 책임지는 우두머리, 도편수다.
용문면 회룡대부터 수월사, 감천면 수락대, 호명 호국암. 지보 동래정씨 종택 등 예천 일대에서 그의 손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목수라고 해서 그저 나무만 생각했는데 그의 작업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나무보다 공구다.
"목수의 기본은 공구죠. 이것들을 정교하게 다룰 줄 알아야 목수다운 목수인 겁니다."
일하면서 필요한 공구를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을 만큼 공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데 몇 십 년의 세월을 함께 한 1천여 점의 공구들이 그의 성격을 말해주듯 가지런하고 빽빽하게 정리돼 있다.

권씨는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이 '경섭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한 번 보면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총명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식도 하기 전에 목수 아버지를 따라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잔심부름하며 어깨너머로 배워도 20대 초반에 목공소를 시작할 만큼 습득하는 속도가 빨랐고 손재주도 뛰어났다.

"목수라는 직업 특성상 일은 힘든데 그 만큼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서 잠깐 다른 일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이 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그때 굶어 죽든, 잘 살든 그냥 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후론 한 번도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도, 후회 한 적도 없다는 권경섭 씨. 손가락을 다쳤을 때도 일을 못 하게 될까 두려웠지 일이 싫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권경섭 씨가 본격적으로 한옥을 짓기 시작한 건 1988년부터다.
"한옥은 정교함의 극치죠. 요소요소 딱 맞게, 그래서 적게 들이면서 최고의 멋을 내는 집이 한옥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짓기 위해 한 번 본 도면은 다시 펼쳐볼 필요가 없을 만큼 기둥, 도리, 보에서부터 세세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전 과정이 머릿속에 정확하게 계산된다는 말이 놀라운데 그에게는 밥 먹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란다.

말라가며 뒤틀리는 나무를 기다려 자르고 다듬는 것부터 현장에서 조립하는 과정까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일반 건축물보다 서너 배는 많이 든다.
한옥의 보급률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옥은 기다리지 못하면 지을 수 없습니다."
한옥을 짓는 과정은 기술과 함께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한다.
필요한 목재 구입부터, 건조, 가공,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하며 그가 한 옥 한 채(30평 기준)를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1년이다.
"사실 건축주의 맘에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맘에 들어야 합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제 눈에 보이는 결함이나 흠들이 있죠."
그리고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집이 완성되는 순간마다 그는 행복해진다.

"한옥을 짓는 일이 힘들고 보수가 적다보니 배우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요."
권경섭 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개인의 힘으로 전통을 지키는 일은 어렵다.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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