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고 붙이고 '한지 매력에 빠져 30여 년 작품 활동'
뜯고 붙이고 '한지 매력에 빠져 30여 년 작품 활동'
  • 예천신문
  • 승인 2021.03.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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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면 성현리 복천마을 한지미술가 한화자 씨
화사한 느낌이 마음 달래는 듯해 주로 꽃을 소재로
양질의 한지 부족, 아쉬움 커 … 상설 전시관 마련이 꿈

 

한지미술가 한화자씨가 작품에 사용할 한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지미술가 한화자씨가 작품에 사용할 한지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바탕이 되는 한지를 깔고 그 위에 색색의 한지를 손으로 뜯고 찢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찢은 한지를 하나씩 바탕지에 붙여 간다. 바로 한지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한지그림'은 수묵화처럼 종이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한지를 뜯어서 붙여가며 완성하는 그림이다.


 한지미술가 한화자 씨가 처음 한지그림을 접한 건 30여 년 전 그녀의 인생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아들 셋을 남기고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나고 나서 뭔가 배워두면 살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벌이가 되기는커녕 작품을 위해서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데도 한지의 매력에 푹 빠져 그때부터 지금까지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한지의 매력은 한지가 품고 있는 색감과 한지를 만질 때의 감촉입니다."
 한화자 씨는 자신의 작품보다 한지 자체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정도로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주변의 권유로 그림을 전시했다가 성에 차지 않은 작품을 모두 뜯어 버린 후에도, 뭉쳐진 한지가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한동안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전시회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 사람들이 더 좋아해요. 한편으론 좋으면서도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지가 두께가 있고 손으로 뜯는 작업이 어렵다 보니 초창기 작품 활동을 같이 했던 5백여 명 이 하나 둘씩 그만두고 지금은 30~4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또 새로 배우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어 명맥이 끊어질까 걱정스러운데 수요가 줄면서 한지 제작 자체도 줄어들어 맘에 드는 한지를 구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제작된 한지를 수입해서 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져 마음에 드는 한지를 구하기 위해 곳곳을 찾아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한화자 씨는 꽃을 좋아하고 화사한 느낌이 마음을 달래주는 듯해 늘 꽃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하지만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경우는 별로 없다. 늘 부족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행복하고 자신을 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그림이 뜻대로 안 되고 힘들어지면서 가구공예에도 도전한 한화자 씨.
 나무 그대로, 아무런 덧칠이 되지 않은 상태로 제작된 가구에 한지를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전통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가구를 탄생시킨다.
 이제는 작품 활동 외에는 별다른 욕심이 없어 보이지만 한화자 씨에겐 고생한 자신을 위한 마지막 선물 같은 목표가 있다. 바로 작은 갤러리를 하나 지어 상설 전시관을 갖는 것이다.
 "될지 안 될지 저도 모릅니다. 그냥 꿈을 갖고 열심히 사는 거죠."
 한화자 씨의 그림이 주는 감동 못지않게 꿈을 꾸며 사는 모습 또한 아름답고 인상 깊은 만남이었다.

한화자 씨의 작품 '찔레꽃'
한화자 씨의 작품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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