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한 바퀴… '은풍면 동사리'
■ 우리 동네 한 바퀴… '은풍면 동사리'
  • 예천신문
  • 승인 2021.04.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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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높고 쫀득쫀득한 임금님 진상 곶감 은풍준시 마을
8가구 1백여 명 거주
▲은풍면 동사리 전경
▲은풍면 동사리 전경

굽이굽이 깊은 골짜기 사이로 난 길을 달리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 일도 행복하지만, 산과 계곡이 살짝 물러나며 만들어 놓은 평지와 그곳에 만들어진 사과밭을 지날 때 느껴지는 편안함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깎아지른 산이 주는 아슬아슬함 대신 편안하고 넉넉하다.
은풍면 동사리로 가는 길은 이렇게 온통 사과밭인데 정작 동사리는 사과보다 은풍준시라 불리는 곶감으로 더 유명하다.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됐던 은풍준시는 달고 수분이 많은 동사리의 감을 오로지 햇빛과 사람의 손으로 말려 만든 곶감이다. 네 잎 클로버처럼 굴곡 있는 감의 모양은 껍질을 깎는 것부터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건조기를 쓰지 않는 1, 2차 과정 역시 오래고 더디다.
50~60일이 걸리는 1차 건조가 끝나면 2~3일 숙성시켜 하얗게 당분이 겉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그걸 다시 햇빛에 널어 말린다. 이런 2차 과정을 보통 7~8번까지 해야 한다.
찬바람과 겨울햇빛, 그리고 사람의 손길로만 이루어지는 건조과정은 대량생산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얀 자태와 말린 건시임에도 부드러운 식감을 가능하게 했다.

은풍준시 곶감 덕장.
은풍준시 곶감 덕장.

동사리는 산이 두 손을 오므려 마을을 감싸듯 양옆과 뒤를 병풍처럼 막아 주며 남쪽으로만 길을 내준 곳에 48가구 1백여 명이 살고 있다.
황진기 이장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다 만난 박성재(86) 할아버지는 이 마을 최고령 어르신이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지금도 농사를 지으신다. 7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를 지으셨다는 말이 존경스럽다.

박성재 할아버지
박성재 할아버지

노인회장 변우영 할아버지의 밭에서는 은풍준시 시조목을 볼 수 있다.

변우영 할아버지
변우영 할아버지

일반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목하여 번식하지만 신기하게도 은풍준시의 시조목은 접목하지 않은 자생나무인데 할아버지, 아들, 손자로 이어지며 지금도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은풍준시 시조목의 아들, 손자 나무
은풍준시 시조목의 아들, 손자 나무

인기가 많아지면서 이곳의 감나무를 인근마을로 옮겨 심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동사리를 벗어나면 은풍준시의 모양과 특성이 없어지고 고유의 곶감 맛도 사라진다고 한다.
마치 자연이 특혜를 준 듯, 맛있는 감이 열리는 나무가 있고, 병풍처럼 둘러 선 산들이 한겨울 추위에도 나무가 얼지 않게 지켜 주는 곳. 그리고 사람들은 과하게 욕심내지 않으며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만들며 자연이 주는 특혜를 소중히 지켜가고 있는 동사리 은풍준시 마을이다.

황진기 이장
황진기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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